“연말이라 이래저래 바쁜데 왜 오는지 모르겠다.” 구미지역 한 경제인의 볼멘소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장세용 구미시장이 취임한 후,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여당 국회의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구미를 방문해 금오테크노밸리 IT의료융합기술센터에서 ‘구미지역 경제인과의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설훈 최고위원과 김현권 대경발전특별위원장, 홍의락, 유승희 의원이 구미를 찾았다.
이들의 구미 방문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주력산업인 전자산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듣기 위함이라는 명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행사 참석자 대부분은 연말에 가장 바쁜 지역 경제인들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지역 경제인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여당 의원들이 방문해 지역 현안을 살펴보고 대안을 내놓길 기대하지만, 매번 결론은 그냥 ‘보여주기식 방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설훈 최고위원의 갑작스러운 구미방문에 기업인들이 또 불려(?) 나갔다. 구미상공회의소 회장과 산단 경영자협의회장, 여성 기업인협의회장, 구미중소기업협의회장 등 지역 주요 경제인들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산단공으로부터 구조고도화사업 추진현황을 듣고, 스타트업파크 조성과 관련한 토의와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는 순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경제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공감보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설훈 최고위원은 “오길 잘했다.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지만,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같은 당 시의원들의 지역 현안에 대한 질문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A 시의원이 “수도권 규제 완화가 구미경제 침체의 원인”이라며 대책을 요구하자, 설훈 최고위원은 “그런 줄 알고 있다”면서도 “이는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한 일”이라고 발뺌했다. 대책은 고사하고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물론, 수도권인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을이 지역구인 설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철폐해야 구미가 살 수 있다’는 지적과 대책을 요구하는 질문이 전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경제인은 지역에 대해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무조건 생색내기식의 방문에 불과한 의원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국회의원들이 문제가 있는 곳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건 당연하고, 또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대안 마련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쯤은 알고 와야 한다. 그래야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이라는 비난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를 마련한 김현권 의원 측은 오전 10시에 행사를 시작하는데도, 오전 9시 57분에야 기자들에게 ‘TK 정책투어를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해 논란을 빚었다.

신승남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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