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45년 딸기 농사의 달인, 칠곡 태자딸기농원

▲ 딸기농사의 달인 박용자·정연태 부부가 칠곡 약목면에 자리한 ‘태자딸기농원’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수확한 딸기를 보이고 있다.
▲ 딸기농사의 달인 박용자·정연태 부부가 칠곡 약목면에 자리한 ‘태자딸기농원’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수확한 딸기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하우스 안은 봄날처럼 훈훈하다. 푸른 딸기 잎은 여름처럼 푸르고 싱싱하다. 베드(양액재배에서 뿌리가 자랄 수 있도록 상토를 채운 공간) 아래로 늘어진 꽃대에는 빨갛게 잘 익은 딸기와 하얀 딸기 꽃이 어울려 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큼해진다.
‘태자딸기농원’의 박용자(57)ㆍ정연태(64) 대표는 칠곡군 약목면에서 10년째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딸기 주산지인 경남 양산에서 35년간 딸기 농사를 지었으니, 45년 경력의 딸기 박사다. 4천㎡의 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해 연간 2억여 원의 소득을 올리는 ‘딸기의 달인’이다.
올해 첫 딸기를 수확하는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왕위 계승자인 ‘태자(황태자)’ 처럼 1인자의 자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2인자의 열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를 담아 농장 이름을 ‘태자딸기농원’으로 지었다.

◆45년의 딸기 인생

정연태 대표는 45년 동안 딸기 농사만 지어온 ‘딸기 인생’이다.
경남 양산에서 35년간 딸기 영농을 하다가 4대강 정비사업으로 농장이 편입되는 바람에 칠곡군으로 옮겨왔다. 칠곡에 정착한 지도 10년째다.
양산에서 딸기농사가 불가능해지자, 딸기농사에 적합한 새로운 땅을 찾아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다. 모든 농작물이 그렇지만 특히 딸기는 토질과 물, 일조량이 좋아야만 한다.
결국 낙동강을 연안이라 수량이 풍부한 데다 들이 넓어 일조량이 많고, 토질이 좋은 칠곡군 약목면 지역이 ‘딸기재배의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 대표가 이곳에서 딸기농사를 시작하자 주변에서는 “참외 주산지인 이곳에서 딸기농사가 되겠느냐”면서 수군거렸다. 그러나 부부의 판단은 정확했다. 지금은 전국 최대의 딸기집산지인 양산지역보다 훨씬 품질이 우수한 딸기를 생산해 낸다.
그 덕분에 인근에서 참외농사를 하던 10곳의 농가에서 딸기 농사를 작목을 전환해 약목면 덕산들판이 새로운 딸기 집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고설양액재배로 친환경 딸기 생산

▲ 양액재배에서 뿌리가 자랄 수 있도록 상토를 채운 공간인 ‘배드’ 아래로 늘어진 꽃대에 익은 딸기와 딸기 꽃이 달렸다.
▲ 양액재배에서 뿌리가 자랄 수 있도록 상토를 채운 공간인 ‘배드’ 아래로 늘어진 꽃대에 익은 딸기와 딸기 꽃이 달렸다.

칠곡으로 농장을 이전한 후, 처음에는 토경재배(땅에 식물을 심어 재배하는 방법)를 했다. 그러나 작업과정이 너무 힘든 데다 연작피해를 예방하고 친환경 재배를 위해 고설양액재배로 전환했다.
고설양액재배는 초기 설치비용은 많이 들지만, 깨끗한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모든 작업을 서서 해 작업이 훨씬 수월하고, 노동력이 많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태자딸기농원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 딸기에 큰 피해를 주는 ‘응애’와 ‘진딧물’ 방제를 위해서도 천적을 이용한다. 칠리이리응애와 사마귀응애, 진딧벌 등 살아 있는 천적을 이용해 방제한다. 크로롤라 배양액도 정기적으로 살포해 흰가루병과 잿빛곰팡이병을 예방한다. 따라서 태자딸기농원의 딸기는 씻지 않고서도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딸기’로 인기가 높다.

◆최고 품질을 위한 최고의 기술

딸기농사는 고소득 작물이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해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태자딸기농원도 고품질의 딸기 생산이 최고의 목표다. 그래서 양액제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양액을 제조할 때는 매번 농과대학에 의뢰해 수질검사를 거친 후, 필요한 영양소를 배합해 제조한다.
맞춤형 양액을 제조한다. 과정이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질이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뿌리가 자라는 배드에는 2개의 관이 통과한다. 이관을 통해 냉온수를 공급해 딸기 생육의 최적 온도를 맞추기 위해서다.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듯하게 한다.
열매솎기에도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통상적으로 1화방에는 많은 꽃이 피고 열매도 크다. 그러나 7~10개 정도만 남기고 모두 솎아낸다. 열매가 큰 2화방이 정상적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아깝지만 끝까지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이다.
초보자들은 아까워서 솎아내기 작업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5월까지 고품질의 딸기가 균일하게 열리게 만든다.
재배면적을 확대하지 않고, 4천㎡ 규모로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품질유지와 생산량과 수입이 굴곡이 없는 평준화된 농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요즘 태자딸기농장에는 손님들이 늘 북적인다. 품질과 체험환경이 좋다는 입소문 나면서 전체 수확량의 80%가 농장을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와 체험객에게 판매한다.

◆장애인 배려, 무한리필 체험 딸기농장

▲ 태자딸기농원에는 휠체어나 유모차의 이동이 자유로운 ‘장애인 배려 하우스’라는 특별시설이 있다. 통로가 일반동의 2배로 넓고 평평해 장애인들의 체험활동을 돕는다.
▲ 태자딸기농원에는 휠체어나 유모차의 이동이 자유로운 ‘장애인 배려 하우스’라는 특별시설이 있다. 통로가 일반동의 2배로 넓고 평평해 장애인들의 체험활동을 돕는다.

농장에는 연간 7천여 명의 체험객이 찾아온다.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6개월간 이루어진다. 다른 농가보다 빨리 시작한다.
첫 수확이 이루어지는 12월에는 딸기 가격이 높아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반 농가에서는 통상적으로 수확량이 많고 가격이 하락하는 2월경에 체험을 시작하지만, 태자딸기농원에서는 고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12월에 앞당겨 시작한다.
체험시설에는 ‘맘껏 드세요’란 안내판이 붙어있다.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딸기를 체험객이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무한리필 체험장’ 이다.
농장에는 ‘장애인 배려하우스’라는 특별한 시설이 있다. 통로를 일반동의 2배인 2m로 넓히고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마음대로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이런 시설 때문에 먼 곳에서도 찾아온다. 지난봄에는 부산의 장애인 단체에서 87명이 체험 활동을 하고 갔다. 딸기 수확기가 다가오면 전국의 장애인 단체에서 체험 문의가 이어진다.
박용자 대표는 “다른 농장보다 통로를 2배로 넓혀놔서 수확량은 줄어들지만, 장애인들이 편하게 체험을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체험객은 특별히 딸기잼과 딸기청 등을 선물한다.

◆ 나눔으로 함께하는 세상

▲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체험객에게 특별히 선물하는 딸기잼은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
▲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체험객에게 특별히 선물하는 딸기잼은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

박용자ㆍ정연태 대표 부부는 무엇이든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물질은 물론, 기술도 나눠 준다. 45년간 갈고 닦아온 고품질 딸기재배의 노하우를 이웃과 공유한다.
특히 이들 부부는 양액재배와 삽목묘 생산기술이 뛰어나다. 이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국 농가의 벤치마킹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전남 함평지역의 딸기작목반에서는 삽목묘 기술을 배우기 위해 11번이나 농장을 찾아왔다.
최근에는 군위 지역에 있는 청년창업농을 직접 찾아가 생육 단계별로 기술보급 교육을 해준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2015년에는 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칠곡군에 ‘호이장학금’ 100만 원을 기탁했다.
매년 독거노인 돕기의 목적으로 재가복지센터에 딸기잼 180병을 기부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특별체험 활동도 계획 중이다.

◆딸기재배 45년, 농업명장 도전

올해 딸기재배 45년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45년 동안 모아온 사진을 정리해 농장의 역사를 알리는 사진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노지재배에서부터 대나무하우스, 철재하우스, 고설양액재배까지 딸기 재배의 역사를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나라 딸기재배의 산 역사다.
또 다른 계획은 딸기 모종 생산시설을 마련해 양질의 모종을 보급하는 것이다. 농장에서 개발한 삽목묘 생산 기술을 활용할 경우, 인력 절감과 동시개화가 가능해 딸기재배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북도 농업명장’에 도전하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농장명: 태자딸기농원
▲농장주: 박용자ㆍ정연태 공동대표 (2017강소농)
▲구입문의: 010-8733-5439, 010-3560-5439
▲블로그 : blog.naver.com/jyt0801
▲소재지: 칠곡군 약목면 덕산1길 116
▲이메일: jyt0801@naver.com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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