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한 새 달력을 정성 들여 들여다본다. 붉은 돼지해가 밝은지 한 주가 흘렀다. 하루하루 소중하고 내 생애를 온전히 밝혀줄 날이지만, 마음먹은 일들에 대해 작심삼일을 되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
날마다 정성을 다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이루어 내는 한 해를 기대해도 좋지 않으랴. 원하는 대로 다 되는 새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채 시인의 시를 펼친다. ‘날마다 찾아가는 아침이라도 밤마다 이슬 같은 꿈을 꾸며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도록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게 하소서. 어떤 일이든지 결과보다 과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여 설령 노력이 대가가 없을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꿋꿋함으로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소서. 겸손과 친절로써 마음의 꽃잎이 부드럽고 생각의 향기가 아름다워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벗이 슬플 때 함께 슬퍼할 줄 알고 이웃이 아플 때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사람 그들과 늘 변함없는 우정으로 살게 하소서. 도움을 줄 땐 말없이 도움을 받았을 땐 그 감사함을 잊지 않게 하시어 나도 누구를 도울 수 있는 햇살같이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보석 같은 시간을 한순간이라도 헛되게 보내지 말고 오늘 뿌린 씨앗이 내일의 숲에 나무가 되고 잎이 되어 한 해의 삶이 기쁨의 열매로 가득하게 하소서.’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간다. 남은 사람마저도 만남이 뜸해져 외로울 때가 있다. 송년회에서 만났던 노교수님은 추풍낙엽이라는 말의 뜻을 절감한다고 하신다. 졸업동기생이 한해 수십 명씩 유명을 달리한다는 소식에 문상가기가 꺼려진다고 하셨다. 이별이 점점 많아져 가는 고적한 인생길에 서로서로 안부라도 전하며 마음 함께 하는 동행자로 쓸쓸하지 않은 나날들이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행복한 삶을 사는데 활력을 주는 것이 친구와의 동행만 한 것이 어디 있을까. 더불어 운동하고 맛있는 음식 함께 먹으며 추억을 서로 공유하다보면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으랴. 세월 앞에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지 않은가. 하루하루를 즐겁고 보람 있게 지내며 내 생애를 온전히 밝혀줄 친구와 더불어 활짝 웃어야 하지 않겠는가.
친구의 영어 단어 프렌드(Fㆍrㆍiㆍeㆍnㆍd)를 풀어쓰면 ‘Free- 자유로울 수 있고/ Remember- 언제나 기억에 남으며/ Idea- 항상 생각할 수 있고/Enjoy- 같이 있으면 즐거우며/ Need-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고 /Depend- 힘들 땐 의지할 수 있는 고귀한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친구와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하루하루 내가 가진 온 힘을 쏟으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노력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을 분별하여 무리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 생은 단순하고도 평화로운 삶이 되지 않으랴. 어려운 환경에서도 늘 따스한 눈빛과 긍정적인 말과 바르고 적극적인 자세로 주변 사람들에게 늘 정성을 다하며 확신에 차서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100세 시대다. 건강을 지탱하려면 첫 조건은 바로 근육이다. 근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져 당뇨 발병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 감소증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 공급과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며 운동을 한다. 바로 코그니사이즈(Cognicise) 운동법이다. 코그니사이즈는 인식 기능(Cognition)과 운동(exercise)을 합친 용어다. 근육도 단련하고 치매도 막자는 일석이조 운동법이라고 한다. 새해에 친구와 더불어 코그니사이즈 운동하면서 근육을 길러 즐겁게 살려는 결심을 해보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리라.
다시 작심하며 소원을 빌어보자. 새해엔 ‘오통(五通)’하게 하소서. 건강과 행운이 넘치도록 운수대통을, 하는 일마다 막히는 일없이 만사형통을, 닫힌 마음이 문을 열고 배려하는 의사소통을, 긍정적으로 웃으며 살자는 요절복통을, 자주 인사하고 먼저 안부전화 한 통을 하면서 살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그리하여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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