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도 한다던 홍역

발행일 2019-01-13 20:07:2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매섭던 추위가 봄날처럼 포근하게 누그러졌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싶은 날이 이어지더니 갑작스레 대구가 홍역을 앓고 있다.

독감 유행의 연말을 보내고 신년을 맞아 모처럼 찻잔의 온기를 느끼던 날, 느닷없는 전화가 왔다. 홍역 대책 회의 소식이었다. 단체의 대표인 동료가 그 자리에 배석해야 한다며 자료를 좀 정리해 달라는 것이 아닌가.

그가 수련 받던 시절만 해도 병동뿐 아니라 외래진료실에서는 홍역을 수도 없이 많이 진료했었던 세대였기에 그때의 의사들은 홍역은 ‘척 보면 탁 알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었다. 심지어는 어릴 적에 앓고 지나가면 수월할 것인데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할까 봐 걱정하는 할머니들도 계셨다.

평생 한 번은 홍역을 앓아야 하는 질병으로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흔하게 보는 질병이라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얼른 열이 떨어지고 꽃이 곱게 지기만을 기다리곤 하였다.

지난해 말, 지역의 한 병원에 입원한 아이가 홍역으로 판명 난 이후 대구가 홍역 유행지역으로 변해 아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안부 전화가 걸려오더니 대책 회의와 방송 보도가 이어진다.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은 동대구역을 거쳐 지나가야 하는데 홍역 접종을 해야 하느냐는 문의까지 한다.

그뿐 아니라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한 친구는 자식 같은 그 어린 강아지에게도 홍역이 올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외출을 하지 못한다고 울상이다.

지금 SNS에는 ‘대구’를 치면 ‘홍역’이 뜰 정도이니 정말이지 홍역을 단단히 앓고 있는 셈이지 않은가. 홍역을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대처를 잘하기만 한다면 어쩌면 이번 일이 우리 몸의 저항력을 길러 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으랴.

홍역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급성 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다. 이전에는 소아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질병이었지만, 백신 개발 이후 그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였으나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2001년 홍역 대유행 이후로 홍역 환자 발생이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우리나라는 36개월 이상 토착형 홍역바이러스에 의한 환자 발생이 없고, 높은 홍역 예방 접종률과 적절한 감시체계 유지, 유전자형 분석 결과 등이 세계보건기구의 홍역 퇴치 인증기준을 달성하여 2014년 홍역 퇴치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는 아직 홍역이 발생하고 있어서 빈번한 해외여행으로 인한 국내 유입이 지속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보고되는 환자들은 대부분 국외에서 감염된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홍역에 걸리면 초기에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고열과 함께 얼굴에서 시작해서 몸통으로 퍼지는 발진이 특징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홍역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되며, 홍역에 대한 면역이 불충분한 사람이 홍역 환자와 접촉하게 되면 90% 이상 홍역에 걸릴 수 있다.

대개는 안정을 취하고 수분 및 영양 공급만으로도 호전 경과를 밟지만, 어린아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홍역으로 인한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중이염, 폐렴, 설사·구토로 인한 탈수 등이 있는 경우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홍역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을 2회 모두 완료하였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역 면역의 증거는 MMR(홍역ㆍ유행성이하선염ㆍ풍진) 백신 2회 접종력이 있는 경우, 과거에 홍역 앓았다고 진단받은 경우, 홍역에 대한 항체가 있는 경우, 1967년 이전에 출생한 성인 등이다.

홍역 볼거리 풍진 접종인 MMR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국가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통해 전국의 지정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무료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만약 홍역 환자와 접촉한 경우에는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1339)로 연락하면 자세히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조금 있으면 설이 다가온다. 긴 명절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준비한다면 먼저 예방접종 여부부터 챙기는 것이 좋다. 그 지역에 유행하는 질병에 대해 예방하지 않고 갔다가 낭패당하지 않도록 질병에 대한 정보를 챙겨 미리미리 예방하자.

집 안팎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꼭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양치질 등 개인위생을 잘 지키며 특히 발열 및 발진 환자와의 접촉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귀국 후에라도 발열이나 발진이 발생할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보건소나 병원에 연락하여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하자. 자기의 몸을 보호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건강을 지켜서 무덤에서도 한다던 홍역에 걸리지 않고 피해서 잘 살아가 보자.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이사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