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한국교통대창업중점 교수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 기해년이 밝았지만, ‘먹고사는 문제’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10년간 세계경제를 받치던 양적완화(경기침체로 낮은 금리에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가 마침표를 찍자, 경기하락세가 더욱 뚜렷해 졌다. 저성장, 저소비가 뉴노멀(New Normalㆍ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일자리 효자산업으로 불렸던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을 비롯해 반도체 마저 장기호황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그나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께 드리는 새해 인사말’에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각 경제 주체들의 희망을 갖고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다행스럽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난해 국내 일자리는 31만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 수는 총 2천316만개로 1년전 보다 1.4%가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가 ‘질 좋은 일자리’라고 하는 ‘대기업’과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했다.
대기업의 일자리는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2천개가 줄었으며,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1만개(18.8%)로 가장 많았고, 도매 및 소매업 44만개(16.2%), 건설업 32만개(11.8%)의 순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오는 2020년까지 지구촌의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도 초등학교 입학한 학생의 절반 이상이 현재 존재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일자리 빅뱅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일자리 빅뱅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이제 거스르기 힘든 파고가 됐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여행객이라면 세계인의 삶 속에 뿌리내린 우버(차량공유), 에어비앤비(숙박공유), 알리페이(전자결제) 등에 놀라곤 한다.
특히 알리페이는 월 5억 명이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소비패턴 분석은 바로 빅데이터화 되어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는 지금 ‘산업간의 충돌’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택시업계와 카풀(승차공유)업체 간의 대립, 기존 거대은행과 신생 인터넷 전문은행간의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혹하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016년 미국 차량공유 스타트업 ‘리프트’ 주식 10%를 5억 달러에 매입한 반면,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를 운운하며 산업은행으로부터 7억5천만 달러를 약속 받은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최고 시가총액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2019 세계 기업 시가총액 TOP 10’에 아시아 기업은 텐센트(6위, 449조 원)와 알리바바(7위, 417조 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세계경제의 혁신성장이라고 유니콘 기업(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가치가 10억 달러(1조2천 억원)이상인 기업)도 총 326개 중 미국이 151개, 중국이 83개, 인도 14개인 반면 한국은 5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인력수요전망’을 발표했다. 2030년 직업별로 총 172만명의 고용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 장치산업시대에서 정보관계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기존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서 무엇이 세상을 주도 했는지 잘안다.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농업화시대에서 산업화시대로,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PC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세상은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내고 있음을 응답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때다.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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