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풍수,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

▲ 해외에서 유명한 명당으로 알려진 지역으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인도의 자이푸르, 중국의 만리장성 등이 있다. 사진은 그리스의 산토리니 전경.
▲ 해외에서 유명한 명당으로 알려진 지역으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인도의 자이푸르, 중국의 만리장성 등이 있다. 사진은 그리스의 산토리니 전경.

풍수를 미신이 아니라 과학으로 푸는 시대가 왔다.
풍수는 과학과 인문학의 교집합이다. 풍수에서 화학과 생물학, 천문학 등과 같은 명제성립의 조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다만 자연에 관한 겸허한 연구, 그에 따른 소중한 경험치다.
풍수의 철학적 의미를 단순하게 살펴보면 풍수란 길흉화복을 구별해주는 철학이다. 이를 통해 물아일체와 과학적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패철 하나에 의존해 명당을 점지하던 지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고해상도의 드론을 띄워 지형해독의 질을 한층 더 제고시킨다.
애플 창업자 스티븐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야말로 최고의 수익처’임을 자신했다.

▲ 태블릿PC에 돼지머리 이미지 띄워 고사를 지내고 이메일로 받은 부적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미신이라고 치부돼왔던 일들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추세다.
▲ 태블릿PC에 돼지머리 이미지 띄워 고사를 지내고 이메일로 받은 부적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미신이라고 치부돼왔던 일들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추세다.

평범한 장삼이사들 역시 이메일로 받은 부적을 스마트폰에 저장하며, 태블릿PC 속 돼지머리 이미지로 고사를 지내기도 하는 등 미신이라고 치부돼왔던 것들을 일상에서 친하게 만나는 추세다.
인문학 상위 카테고리인 동양철학과 인공지능(AI)의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걸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게 실생활에 스며든 풍수인 셈이다.

◆풍수와 상대성 이론

세계적 물리학자들의 최종 난제는 ‘우주의 기원’이다. 우주의 시발점과 소멸, 주기에 관한 모든 것이다. 미신으로 치부되던 풍수는 아이러니하게 상대성 이론과 궤를 함께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운동의 절대적 기준을 부정한다.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다는 데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원리인데 30㎞/s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지구의 움직임을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등속으로 움직이는 어느 좌표계에서든 물리 법칙이 동일하다는 이치다. 뮤온 입자를 시간 지연에 의해 지상에서 관찰 가능한 것, 목성 주변의 빛이 휘어지는 것 등도 상대성 원리의 동력이다.
풍수의 기운 역시도 사람마다 상대적이다.
풍수학자들은 인간에게도 생체 에너지가 흐른다고 한다. 생체 에너지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한국과 중국에서는 기, 인도 프라나(prana), 그리스 프네우마(pneuma) 등으로 불린다는 것.
그들에 따르면 우리는 일상에서 기의 작용을 ‘기가 막히다’, ‘기가 차다’ 등의 관용어로 표현한다. 기 역시 절대적 기준 없이 남녀노소에 따라 가변하는 동력이다.
어떤 풍수일지라도 청년에게는 행복한 기운이, 어르신에게는 강골의 기가 흐르는 상대성을 내포한다. 풍수는 개인에게 맞는 균형을 이뤄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자연과 인간의 생체 에너지가 조화를 이룰 때 건강을 영위할 수 있다는 암묵적 믿음이다.
이렇듯 물리학과 풍수학은 우주와 자연에 대한 고찰이라는 공통점을 내포한다. 물질과 반물질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기와의 연계성을 터득한다. 우주와 자연의 공간에 흐르는 자기장의 원리가 우주 활동의 동력이라는 논리다.
자기장의 원리를 공간학문에 적용한 것이 바로 풍수학이란 게 관련 학자들의 설명이다.

▲ 공명을 찍는 사진기는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러시아 전기기사 세미온 키를리안이 개발한 이 사진기는 피사체와 절연체 간 전극에 2만 볼트 내외의 고압전기를 흘려보낸 후 방전된 부분을 필름에 기록한다.
▲ 공명을 찍는 사진기는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러시아 전기기사 세미온 키를리안이 개발한 이 사진기는 피사체와 절연체 간 전극에 2만 볼트 내외의 고압전기를 흘려보낸 후 방전된 부분을 필름에 기록한다.

그 예가 바로 오라(aura) 촬영하는 장치로 알려진 키를리안(kirlian) 사진기라는 것. 공명을 찍는 사진기로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러시아 전기기사 세미온 키를리안으로부터 탄생한 이 사진기는 피사체와 절연체 간 전극에 2만 볼트 내외의 고압전기를 흘려보낸 후 방전된 부분을 필름에 기록하는 원리다.
물론 정확한 툴에 따른 자료 수집이 선행돼야겠지만, 공명현상에 의해 상이 찍히면서 사람의 건강ㆍ기분 등 기운의 상태가 카메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굳이 풍수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그저 최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선한 디딤돌 정도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풍수와 IT

IT산업의 집약체로 일컬어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풍수가 각광받고 있다. 풍수에 맞는 사무실 인테리어 변경 뒤 매출이 신장했다는 웃지 못할 사례도 빈번하다.
심지어 그들은 “풍수에 맞는 인테리어 변경으로 회사가 더욱 굳건해졌다”며 ‘풍수예찬론’을 공공연히 펼치고 다닌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 삼성물산 최고경영자(CEO)의 집무실은 최고층인 32층이 아니라 19층에 위치한다. ‘19’라는 풍수적 의미를 두는 것이다. 풍수상 19층은 땅의 기운이 충만한 위치라고 본다. 19가 풍수학적으로 ‘퍼펙트’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전자ㆍIT기업들이 풍수지리를 고찰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 SK 기업의 서울 종로구 사옥 정문 계단에는 거북이 머리를 상징하는 검은 돌에 흰 점이 박혀있다. 명당 지역이지만 불의 기운이 강해 건물 설계 당시 물의 기운을 가진 조형물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SK 기업의 서울 종로구 사옥 정문 계단에는 거북이 머리를 상징하는 검은 돌에 흰 점이 박혀있다. 명당 지역이지만 불의 기운이 강해 건물 설계 당시 물의 기운을 가진 조형물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의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 정문 계단에는 ‘거북이 머리’를 상징하는 흰 점이 박힌 검은 돌이 있는가 하면, 삼성동 코엑스 맞은편 현대산업개발 사옥은 흉조의 기운 차단하고자 바닥면에 동판을 깔았다.

▲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강원도 강릉 오죽한옥마을에는 스마트 빌리지가 조성됐다. 전통마을에 IT기술을 접목해 관광객의 시설 안내, 예약 등 모든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강원도 강릉 오죽한옥마을에는 스마트 빌리지가 조성됐다. 전통마을에 IT기술을 접목해 관광객의 시설 안내, 예약 등 모든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전통과 AI 기술이 융합한 ‘스마트 빌리지’가 강릉시에 조성됐다. 시는 전통역사문화지구에 들어서는 한옥마을에 IT기술을 접목,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옥마을은 마을 공동 숲을 조성, 마을 경관을 연출하고, 풍수상 북서풍을 막기 위한 비보림(裨補林)이 조성된다. 아이러니하게 전통요소가 물씬 가미된 이곳에는 네트워크 통신망 인프라를 기본으로 관광ㆍ체류자들을 위한 시설안내, 예약, 멀티 시스템 등 모든 서비스가 IT기술과 접목돼 제공된다.
이처럼 각계각층을 막론하고 전 방위적 영향을 미치는 풍수에 드론이 등장했다. 드론을 이용한 촬영은 입체감을 입혔다. 기존 항공촬영에 사용되던 유인헬기에는 인력과 촬영장비 등 투입으로 복잡한 시스템인데 반해, 간소하고 편리한 드론의 등장은 ‘항공풍수’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현상을 왜곡 없이 드라이하게 촬영하다 보니 정확도는 더할 나위 없다.
특히 드론 촬영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다각도 촬영이 가능하다. 풍수상 길하다고 여겨지는 배산임수, 좌청룡ㆍ우백호 등의 지형을 자유롭게 살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밖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첨단의 정보를 취사 선택해야 할 증권업계에서 음양오행, 역학의 이치를 주제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IT기술과 동양철학은 더 이상 이질적 대립관계가 아닌 융합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외국에서 바라본 풍수

▲ 2000년 초반 준공된 미국 트럼프월드타워는 사각 형태로 올곧게 올라간 길한 풍수의 요건을 차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 2000년 초반 준공된 미국 트럼프월드타워는 사각 형태로 올곧게 올라간 길한 풍수의 요건을 차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 자신의 회사에 풍수 전문가를 채용했다. 뉴욕 개발 당시 풍수가의 도움을 받았고 2000년 초반 준공된 트럼프월드타워는 사각 형태로 올곧게 올라간 길한 풍수의 요건을 차용했다는 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홍콩의 상하이은행 본사(HSBC)는 영국인 건축가의 설계 지휘 아래 자국 풍수전문가의 자문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은행은 주출입구를 2층에 배치해 눈길을 끈다. 배산임수에 입지해 있는 건물이 산에서 내려오는 기운을 제한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아시아를 넘어 서양에서도 풍수이라는 이름의 풍수학이 각광받고 있다. 서양의 수도 여러 곳이 실제 풍수지리학적 명당에 들어서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런던에서는 ‘풍수전문가’라는 직종이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은 상담료로 하루 기준 300파운드 이상 벌어들이고, 건축 간 건물 형태 및 지형 감별에는 5만 파운드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리츠호텔과 같은 영국 내 유수의 기업들은 객실 배치 등에 풍수지리를 적극 활용하며, 호텔 내 카펫 색깔은 풍수적으로 길한 기운을 불러들인다는 블랙과 레드를 이용한다.
그렇다면 유럽 국가 중 유독 영국이 풍수와 밀접한 접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서양 풍수의 근간은 중국으로부터 건너왔고, 홍콩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영국이 자연스레 풍수사상에 감화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동양 풍수와 서양의 풍수는 긍정의 기운을 찾는 기본은 일치하지만, 절대 방위를 기준으로 잡는 동양풍수에 비해 서양 풍수는 입구의 방위를 시발점으로 한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풍수지리 전문가로 알려진 송대선 영남대 가족주거학과 겸임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범람과 궤를 함께하는 것이 현대 풍수의 아이덴티티라 할지라도 풍수의 기본은 내가 사는 주거로서의 풍수”라며 “풍수는 인간의 의식주와 맞닿아있는 요소들에 대한 세심한 고찰이기에 풍수의 사상성이 인문학적 스탠스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군월드 IT 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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