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주년 올해, 우리 말·글 소중함 되새겨보자

발행일 2019-01-20 19:54:1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일제는 1938년 ‘조선교육령’을 개정ㆍ반포한다. 나라 전체에 조선어 교육을 폐지해야 했고, 학교 수업에서도 일본어만을 사용해야 했다. 이듬해 창씨개명도 이어졌다. 성과 이름을 모두 일본식으로 만들어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우리말, 우리글은 사용되지 못했고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지 않으면 교육을 받기도,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웠다. 우리 민족의 삶과 전통, 민족정신과 문화의 뿌리를 철저히 말살하고자 한 민족말살정책이었다.

얼마 전 영화 ‘말모이’를 보았다. 늘 있었기에 공기의 소중함을 못 느끼듯 우리 생활 속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홀했던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제목인 말모이는 말을 모은다는 순우리말로 조선어학회가 편찬한 조선어표준말 사전을 뜻한다. 암울했던 시절 우리 선열들은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자 조선어학회를 결성하고, 조선어표준말을 편찬하기 위해 전국 팔도의 사투리들을 모으고 연구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제는 조선어사전 편찬사업을 중단시키고, 조선어학회를 강제 해산시켰다. 내란죄를 적용하며 학회 인사들을 체포했다. 누군가는 손톱이 뽑히고, 살이 찢어지는 갖은 고문을 당했고, 다른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동지를 잃었다.

이처럼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감내하며 지켜온 것이 우리 말과 글이다.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제국주의 일본이 우리 말과 글을 그토록 탄압하고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유도 말과 글은 그 자체로 한 민족의 얼이요 뜻이자 민족정신의 정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땅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현실을 반성하게 한다. 한글유치원, 국어유치원은 들어보지 못했다. 지천에 깔린 것이 영어유치원이다. 유치원, 초등교육에서부터 우리 말과 글은 찬밥 신세다. 모국어를 배우고 이해하기도 전에 영어부터 잘해야 영재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중등교육 과정도 마찬가지다. 중ㆍ고교 현장에서도 국어는 단순히 입시를 위한 과목에 지나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한글 파괴가 부실한 국어교육과 교육철학 부재가 원인이라는 말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학교육 역시 영어는 대학의 졸업 인증제, 교양필수 등에 필수요건으로 지정돼 있다.

올해는 3ㆍ1운동 100주년이다. 이 땅의 많은 순국선열이 몸 바쳐 지키고자 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 대한민국이다. 우리말, 우리글 사랑의 마음이 더욱 풍성해지고, 풍요롭게 꽃피는 기해년이 되었으면 한다.남종경대구가톨릭대학교교무처 직원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