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대구시의사회의 3개월 여정, 5번 공청회


대구의 의료 인프라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여러 자료와 수치를 보면 금방 확인될 만큼 대구는 의료도시로 꼽힌다.
대구에만 4개 의과대학이 몰려 있고 해마다 7천여 명의 인력을 배출한다. 의사와 약사, 한의사 등의 의료인력만 전국의 20%나 된다.
부러울 만큼 탄탄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구에는 5개 대형병원과 3천500여 개의 의료기관에서 2만1천여 명 의료인력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는 서울의 제외하면 전국 공동 1위, 간호사 수는 3위. 인구 10만 명당 의료장비 수는 전국 3위. 여기에다 4조6천억 원을 들여 대구 동구에 조성한 대구ㆍ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는 신약 및 첨단의료기기 개발ㆍ실험동물ㆍ임상시험 센터 등을 갖춘 대구의 신성장 동력을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로 꼽힌다.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메디시티 대구’를 지향하는 대구는 단순 수치로만 따져봐도 양적으로 풍부한 의료인력과 장비를 구축한 명실상부한 의료 1번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구시의사회(회장 이성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왜 많은 시ㆍ도민이 대구가 아닌 서울(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찾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환자에 대한 정성과 감동이 미흡했다. 또 우수한 인프라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다.
게다가 1ㆍ2ㆍ3차 의료기관 간의 유기적인 진료 연계도 원활하지 않아 환자들은 불편은 물론 경제적 손실도 감당해야 했었다. 환자들에게 대구의 3차 의료기관은 오히려 갑으로 통했다.
대구시의사회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2017년부터 의료계와 연관 기관을 총망라한 수장들이 모여 협약을 맺고 꼼꼼한 준비를 했다. 일 년 후. 의사회는 지역 대형병원 5곳과 함께 지역의료 발전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공청회를 마련해 허심탄회하게 의논하고 반성하며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공청회는 3개월의 여정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또 시민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벌여 지역 및 수도권 의료기관에 대한 인식도 확인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구시의사회는 공청회와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중점 추진 방향을 정하고 수도권 대형병원과의 진검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가 추진한 공청회 과정과 이를 통해 제시한 대구의료의 마스터 플랜과 ‘메디시티 대구’ 완성을 노력,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망라해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1년간 준비한 만큼 관심과 기대 커

공청회는 2018년 9월20일 경북대병원ㆍ칠곡경북대병원을 시작으로 영남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순으로 열렸다. 11월22일 대구가톨릭대병원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3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역 의료발전과 의료전달 체계 확립’을 주제로 대구시의사회와 대구시,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공청회에 늘 함께했다.
20일 열린 첫번째 공청회에는 대상 병원인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은 물론 대구ㆍ경북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및 개원가 관계자, 대구시와 시의회, 경북도의사회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1년간 준비한 공청회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대구시의사회는 물론 메디시티대구협의회와 공청회에 참석한 회원과 의료 관계자가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고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이 답변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은 수도권 환자 유출 방지 방안, 병원 문화 개선, 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1차ㆍ3차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 및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를 했다.
먼저 지역의료발전위원회(위원장 금동윤, 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겸 진료 부원장)가 수도권 상급병원 쏠림현상에 따른 의료전달 체계 왜곡과 지역 중증질환자의 수도권 유출로 인한 환자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예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구 의료기관의 개선방안에 대한 설문조사와 서울지역 대형병원을 이용한 지역환자의 반응, 지역 1차 의료기관 개원의 및 지역 3차 의료기관 의료진 등의 설문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김용림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은 지역 의료 문제를 개선하고자 대기시간 단축, 친절도 향상, 환자 우선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 진료의뢰 및 회송 시스템 활성화 등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0년 다시 한자리에 모여 변화 확인

대구시의사회는 2018년과 같은 대시민 설문조사와 대형병원 공청회를 2020년 다시 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단순히 ‘보여주기’를 위한 일회성 행사로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올바른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료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대구시의사회와 대형병원 및 1차ㆍ2차 의료기관이 운명 공동체임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해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의사회 회원, 의료기관, 시민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시민을 대상으로 균형 있는 의료기관 발전을 위한 인식조사 및 홍보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지역 대형병원과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설문 조사한 결과 시민이 수도권 병원을 찾는 이유는 해당 병원이 유명하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최근 발표에 따른 5대 암 중의 하나인 위암과 대장암은 수도권과 대구의 병원 간 생존율에 차이가 없었고 의료수준도 동일했다. 의사회는 이를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또 올해는 시민을 대상으로 1ㆍ2ㆍ3차 의료기관에 대한 인식과 진료 등에 대한 설문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과 해결점을 제시하는 한편 올바른 의료기관 이용을 위한 언론 홍보를 강화할 것이다.
이후 2020년 공청회 때는 업그레이드된 지역 의료기관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우수한 지역의료기술 홍보

다양한 정책개발 앞장설 것

금동윤 지역의료발전위원회 위원장

수도권 몇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은 이제는 대구·경북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가 됐다.

대구에도 중증 고난도 질환을 치료하는 우수한 의료 인력과 시설이 충분히 있음에도 많은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환자가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지불한 비용이 한해 1천억 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이동수단 등 기타 경비를 추정할 경우 2배 이상의 경비를 수도권에 지출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 대형병원이 간혹 급성기(아급성기) 치료를 끝낸 후에도 해당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다른 중증 및 응급 질환자의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는 의료전달체계 왜곡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이를 방지하고자 2017년 말 대구시의사회와 대구의 6개 대형병원(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은 지역 의료발전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고 지역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해 지역의료발전위원회의 주요 사업내용은 지역 의료 우수성에 대한 대시민 홍보와 ‘지역의료발전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공청회’ 개최였다.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에 나섰고 라디오 광고를 통해 지역 1·2차 및 3차 의료기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공청회 준비를 위해 위원회는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시민의 수도권 및 지역의료기관에 대한 인식을 파악한 것이다.

또 1·2차 의료기관 의사들로부터 지역 3차 의료기관의 문제점과 요청사항도 꼼꼼히 들었다. 3차 의료기관 의사들과는 지역환자 유치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공청회는 대구의 대형병원이 주관하고 대구시의사회가 주최, 대구시와 메디시티협의회의 후원해 모두 5차례 열렸다.

일부 대형병원이 중심이 돼 병원 홍보를 위해 협력 병·의원장 간담회를 마련한 적은 있었지만 대구시의사회가 직접 나선 공청회 형식의 대형 모임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국적으로 최초의 일이다.

공청회를 시작하기 전 각종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공유했으며 대형병원의 병원장 이하 실무책임자들은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공청회에서는 수도권으로 환자유출 방지를 위해 빠른 진료예약 및 검사시스템 구축, 지역의료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의료진의 친절 향상을 위한 대책 등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또 1·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회송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공청회를 통해 대형병원은 신속한 진료와 치료를 원하는 지역 환자의 요구를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이같은 결과를 대구시와 의사회, 의료기관은 정책적으로 반영해 지속해서 개선하기로 했다. 자화자찬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참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든다. 특히 공청회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열기가 더해져 지역 의료인이 합심해 지역의료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해법을 찾는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도 지역의료발전위원회는 우수한 지역의료기술 홍보와 다양한 정책 개발을 통해 지역의료발전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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