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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TK)은 역대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해 내며 오랜 세월 권력의 산실이자 보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지역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국정농단, 탄핵, 구속 등으로 정치적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때문에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애잔함과 실망감이 혼재된 TK 정서를 어루만지고 공허함을 채워주는 정치인이 나타나길 바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런 기대 속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주자들이 TK 내에서도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서문시장에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 24일 하루에만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 김진태 의원 등 주요 당권주자들은 서문시장을 찾아 각자의 방식으로 민심을 어루만졌다.

오 위원장은 몸을 한껏 낮추고 지역의 민심을 살폈다.

그는 한 시민이 악수를 요청하며 “잘 좀 하라”고 말하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우리가 정치를 잘못해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 같아 죄송하다”며 “앞으로 잘해서 어려운 경제상황이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한 “TK 민심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TK 유권자들께 이른바 전략적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이길 효자를 잘 감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이라는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서문시장 찾고 있다. 한국 보수우파의 성지가 서문시장이기 때문”이라며 “TK 기를 좀 받으러 왔다”고 TK를 한껏 치켜세웠다.

지난 23일 전당대회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강경 진박’인 김 의원은 “이제 친박, 비박과 같은 개념은 없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오직 한 자리를 지키면서 무너져 내리는 나라를 떠받쳐야 한다는 일념을 가지고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실한 개혁을 하고 서민들이 원하는, 제대로 굴러가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TK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그 성과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크다.

정치인들의 TK 방문이 보수 정당의 큰 비전을 제시하는 화끈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보다는 TK 후광에 기대려는 잇속으로 비치고 있어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금 한국당에는 민심을 수습하고 통합을 하는 지도력이 요구된다”며 “TK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통렬한 자기반성 아래 정권 창출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2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연합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2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연합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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