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 관광이 뭐 어때서

발행일 2019-01-31 16:09:2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관광이 뭐 어때서

이경우/

최근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미국 캐나다 해외연수 뒤끝이 추잡하다. 군의원의 폭행 사건이야 그것이 어찌 변명이 되고 또 용서받을 일이겠나. 앞뒤 사정을 들어보고 지방의회뿐 아니라 모든 공직자가 외유 관광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정작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은 해외 연수라며 관광을 애초부터 부인한 데서 출발한다. 해외 연수라고 이름 짓고 경비도 그렇게 편성했다. 관광에서는 배울 점이 없고 관광이라고 해서는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명분이 서지 않고 예산을 쓰는 것도 뒤꼭지가 당겼기 때문이라면 처음부터 잘못된 설계다.

인구 2만5천의 강원도 화천군이 산천어축제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지자체마다 부러워하지 않나. 예천군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관광이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무슨 꿍꿍이나 찜찜한 데가 있었다면, 그렇다면 이건 계획부터 잘못됐다.

그러니 아예 관광이라고 못 박고 예산 편성하고 일정 짰어야 했다. 관광을 연수라고 포장하는 것은 관광산업 자체를 부인하는 꼴이고 관광산업을 추진하는 자치단체의 정책을 부정하는 짓이다. 그런 자세로 예천군은 어떻게 제대로 된 관광 상품을 생산할 것이며 어떤 명목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는 말인가.

가는 곳마다 관광코스가 섞여 있고 관광이 중요 일정이고 정작 현지에서 관광 이외의 사업이나 사무 일정이 없다는 언론의 분석은 이런 데서 비롯된 것일 터다. 아예 관광을 나섰다면 처음부터 주요 일정이 관광이라고 밝혔어야 했다. 그럼 두들겨 맞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 점에서 이야기하는데 동남아보다 미국이나 캐나다를 선택한 코스는 일단 환영한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배울 점이 있는 나라를 선택했다는 건 점수를 줄 만하다.

우리나라도 지자체마다 관광을 중요 수입원이나 중요 산업으로 손꼽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데만 관심을 두고 어떻게 관광객을 만족시킬 것인지, 또 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다. 시너지효과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건지 무지한 건지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런 걸 배워 와야 할 것이다.

우리끼리 버스를 빌려 떼로 몰려다니며 식당에 가도 한 자리, 구경을 해도 한 자리라면, 그건 공무 해외연수도 관광도 아니다. 교육목적을 위해서라면 현지에서 한 가지라도 배우고 와야 하지 않겠는가. 현지 식당에서 구태여 소주를 찾고 현지식을 외면하고 고추장을 꺼내는 그런 여행은 이젠 제발 그만하자. 빡빡한 일정을 인증샷으로 때우고 그리고는 가이드 지갑 채워주려 쇼핑해야 하는 그런 관광이라면 앞으로 해외 연수 때려 쳐라.

무얼 배우겠다고, 해외여행 심의위원회를 열고 연수 프로그램을 심의하고 다녀와서는 형식적으로 보고서나 쓰는 요식행위보다 정말 돈이 아깝지 않도록 한 가지라도 배우고 오는 연수를 하자. 선진국 지도자들, 선출직의 대우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그들은 지역민과 어떻게 소통하고 무엇을 해주고 대우는 어떻게 받는지, 그들의 처신은 얼마나 건방진지 한 번 보고 오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관광이라도 제대로 해라. 산꼭대기에 현수교를 놓고 산을 오르는 산악열차나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관광안내소며 식당들이 어떻게 장사들을 하고 있는지도 한 번 봐라. 그리고 우리 관광정책을 비교 연구해라. 과연 우리가 자치단체마다 관광을 외치지만 무엇을 보러 오고 무엇을 먹으며 무엇을 사 갈 것인지 한 번 제대로 보고 오라.

대형 관광단지를 만들어놓고는 서비스나 편의시설은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는다면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싸구려 상품이나 조잡한 수입품을 토산품이라며 관광객들에게 강매하는 그런 관광지를 만들지 말고 편하고 즐거운 관광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고 배워 오라는 거다.

관광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관광객들이 무엇 때문에 우리 지역을 찾아와서 어떤 상품과 어떤 서비스에 지갑을 열지를 체험을 통해 배워 오라는 거다. 관광이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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