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습도와 실효습도의 의미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





겨울철은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해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지기 쉬운 계절로, 산불과 같은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이다. 겨울철이 건조한 일반적인 이유는 우리나라를 둘러싸는 공기의 종류가 다른 것을 들 수 있다. 여름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남서풍이 불어와 우리나라로 더운 공기가 유입되고, 겨울철에는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서풍이 불편서 차가운 공기의 영향을 받게 된다. 같은 부피의 공기일 경우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어 여름철에는 습하고, 겨울철에는 건조한 상태가 된다.



대기 건조의 정도는 습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습도는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양을 의미하는데, 일상생활 속에서 습도는 보통 상대습도를 가리킨다. 상대습도는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의 양과 그때의 온도에서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최대 수증기의 양의 비를 백분율로 산출한 것이며 단위는 %이다. 상대습도는 건구와 습구 두 온도계로 기온을 보고, 이 수치에서 상대습도를 읽는 표에 의해 간접적으로 산출하거나, 모발 습도계 등을 이용해서 직접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상대습도는 기온과는 반대로 새벽에 극대가 되고 오후에 극소가 된다.



대기의 건조의 또 다른 척도로는 실효습도를 들 수 있다. 실효습도는 현재 공기의 습도와는 관계없이 목재 같은 물체 등의 건조한 정도를 나타낸 지수로서 낮을수록 건조함을 의미한다. 화재 예방의 목적으로 수일 전부터의 상대습도에 경과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어서 산출한 목재 등의 건조도로, 현재 습도가 높아도 목재가 오랫동안 말랐다면 실효습도는 낮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큰 화재로 번질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성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건조특보도 바로 이 실효습도를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가 발표되고 25% 이하로 떨어져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건조경보로 격상된다.



지난 30년(1989~2018)간 대구지역의 연평균 실효습도를 살펴보면, 약 50%로 그중에서도 최근 10년이 48%로 가장 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09~2018) 대구지역의 월별 실효습도는 8월이 가장 높았고, 2월이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월별 건조특보 발표 건수를 보면 12월이 가장 많았고, 두 번째는 4월, 세 번째는 1월로 나타났다. 건조특보 지속일수를 보면 2018년 1월 23일부터 2월 28일까지 대구시에 건조특보가 37일 동안 지속되기도 하면서 최근 10년간 대구지역의 건조특보 최장지속일 수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특히나 이번 겨울의 전국 강수 현황을 살펴보면, 누적강수량과 강수가 있었던 날은 평년에 비해 대체로 적은 경향을 보이고 있어 더욱 건조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 1월의 경우 전국 강수량은 8.1㎜로 평년대비 28.6%에 그쳤고, 강수일수는 2.8일로 평년보다 4일 적었다. 올 겨울 강수가 적었던 원인은, 동아시아 부근의 상층(200~300hPa) 공기의 흐름이 평년에 비해 동서 방향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쪽의 찬 공기의 남하가 저지되어 전반적으로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약했고, 또한 상층 기압골이 한반도 부근으로 크게 남하하지 못한 채 북쪽으로 치우쳐 통과하여 지상 저기압이 발달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찬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 서해상과 동해상으로 확장하면 찬 공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수면 부근의 공기가 만나면서 눈구름을 발생시키는데, 올해는 찬 공기의 남하가 약해 눈구름대 발생 횟수가 적었던 것이다.



이처럼 겨울철은 기본적으로 건조한 계절인 데다 올겨울은 강수일수도 적어 대기가 더욱 건조한 만큼 등산 등 산행 시 산불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며, 일상생활에서도 전기 콘센트 관리 등 화재 예방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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