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지난 10일 엄수됐다.

2002년 국립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 열 때 응급의료 현장에 발을 디딘 그는 생전에 닥터 헬기(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 상황실 운영, 응급진료 정보망 구축, 환자 이송체계 정비 등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한 열정으로 그는 1주일에 5~6일을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설 연휴 근무 중 자신의 사무실에서 과로로 돌연사한 그의 죽음을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가 추구해온 응급의료체계의 확립이 국민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응급의료체계는 대동소이하겠지만 대구·경북도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간 우리의 응급의료체계는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질과 체계화에 대한 지적은 계속돼 왔다. 예전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연로한 부모나 어린 자식 등 아픈 가족을 데리고 응급실 문 앞에서 가슴 졸이며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또 응급실에 들어가서도 여러 환자 진료에 바쁜 의료진을 붙잡고 조금이라도 더 물어보기 위해 굽신거린 경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응급실 의료진들이 만성적 격무로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일방적 설명 이후 환자의 상태, 예후 등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물어보지 못하는 가족의 심경도 헤아려 줘야 한다.

의료진 폭행 등 일부 환자 보호자들의 응급실 난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분초를 다투는 중증 환자들이 모여있는 응급실에서의 난동은 절대 안 된다. 그러나 열악한 응급실 진료 여건이 개선 안 되면 당장 눈앞의 상황만 보이는 보호자들의 일탈 행동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왜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응급의료체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응급실 과밀화, 지역별 응급의료 인력·시설 격차 해소, 중증 환자 타 병원 이송체계 개선, 의료진 근무여건 개선 등을 꼽고 있다. 윤 센터장의 안타까운 순직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입을 모아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의 순직을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획기적 개선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자. 윤 센터장과 같은 보이지 않는 영웅들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미비한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우리 지역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마음 놓고 진료받고 진료하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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