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서양화가 이은비||자연 소재삼아 ‘색은 섬세하게, 붓질은 시원하게’

▲ 이은비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고 잠시나마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 이은비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고 잠시나마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그림을 볼 때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은비(31) 작가의 작품은 밝은 색채가 특징적이다. 색은 오묘하고 붓의 터치에는 힘이 느껴졌다. 자연에 대해 순수하고 가식 없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했다.

수성아트피아에서 진행 중인 신진작가 기획전시 ‘Onehundred%’에서 선보인 이 작가의 작품은 그 특징이 더욱 뚜렷하다.

▲ 로맨틱 sky
▲ 로맨틱 sky
100호 캔버스를 가득 채운 하늘의 풍경(로맨틱 sky)은 계절의 흐름과 장소에 따른 차이점, 그에 따른 작가적 감정을 색과 분위기, 리듬감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의 여러가지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훨씬 크자나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고 싶었어요.”

이 작가 작품의 주요 소재는 자연이다. 자연이 주는 생동감, 그 힘을 표현하고자 한다. 거대한 자연, 그리고 일상 속 자연에서 느끼는 모든 부분들의 기록이 바로 영감을 주는 요소다.

“나라는 존재의 배경이 되는 곳의 자연을 자각하고, 그 풍경 속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 정서적 교감과 그 속에서 마주하는 감성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자연의 어울림 속에서 스며들고 닿는 부분,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여러가지 변화들, 장소적 특징에 따른 차이 같은 부분들은 시선을 멈추게 하는 소재들이죠.”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한 그는 진로에 대한 고민속에서 졸업 후 학교에 취업했다. 좋은 곳에 취업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취업 후 그림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 퇴근 후 캔버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렸지만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있었다.

“그때 ‘아 내가 그림을 정말 많이 좋아하는구나’를 느꼈어요.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이 옆에 있어서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왔다. 부모님이 꿈을 지지해줬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부모님이 반대하셨으면 못했을 거에요. 늘 옆에서 묵묵히 제 꿈을 지지해주시는 분들입니다.”

2016년 대구미술광장 스튜디오 8기 입주작가로 들어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이 작가의 나이는 28살,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캔버스 앞을 지켰다.

이 작가는 대학 시절 그림은 주로 추상화였다. 4학년 졸업 작품을 보면 유독 기호들이 많다. 또 색감 역시 많이 어두운 편이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복잡한 심경을 기호적인 패턴으로 표현했고 색감은 감정선을 표현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복잡한 심경이 해소되자 이 작가의 그림은 한층 밝아졌다. 표현법도 더 다양해졌다. 붓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테이핑, 물감뿌리기, 퍼트리기 등 다양한 표현법을 구사했다. 이 작가 그림 빛은 더 오묘해졌다.

▲ mountain
▲ mountain
그림도 반추상화로 바뀌었다. 처음 그린 작품은 ‘시작의 설렘’이었다. 봄을 기다리면서 그린 작품으로 미술광장 주변 자연경관에 감명을 받고 그렸다고.

“다양한 색깔을 덧칠해 표현하는 만큼 색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색은 섬세하게 접근하지만 대신 붓질은 시원시원하게 하는 걸 좋아해요. 또 물감 뿌리기, 테이핑 등 다양한 표현법을 사용하는 걸 좋아해요.”

잇따라 시리즈 물을 계획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 그에게 대구미술광장은 스튜디오는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었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 당시 원더랜드 시리즈와 그린벨트 시리즈 등을 시작했다. 특히 그린벨트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12점을 그렸고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린벨트 시리즈 작품을 띠처럼 연결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싶은 목표도 있다.

작업에 몰입하면서 2016년부터 개인전시와 그룹전시에 잇따라 참여했다. ‘새로운 약속, ANG아트앤갤러리, 대구’, ‘뤼미에르 행복한 빛, 대구미술광장, 대구’, ‘이은비 초대전, 갤러리 h, 서울’, ‘Vivid Diary 초대전, 갤러리탐’ 등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 도로시의 숲
▲ 도로시의 숲
그는 본인 그림의 매력으로는 ‘밝은 에너지’를 꼽았다.

“나도 가끔 내 그림을 보고 힐링을 할 때가 있어요. 제가 느끼는 감정을 관객들도 느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엽서 한 장처럼 제 그림 한 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 이은비 작가의 작품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싶은 그림이 너무 많다는 이 작가는 마지막으로 “대구에서 제 그림을 더 많이 선보이고 싶다”며 “그런 기회를 많이 만들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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