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 어디까지 왔나 (중)범죄분석

발행일 2019-02-17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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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남자는 흉기를 휘둘렀고 노래방 여주인(당시 44세)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쓰러졌다. 요금 시비가 발단돼 오간 말다툼이 살인으로 번질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범인은 경찰의 수사망에서 교묘히 빠져나갔다.

2004년 6월 일어난 이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아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하다 13년이 흐르고서야 수면 위로 떠 올랐다.

2017년 11월21일 대구 중구 노상에서 20대 여성을 폭행하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여성을 폭행한 용의자와 2004년 노래방 살인사건 용의자의 정보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일치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미제사건수사팀, 범죄분석관 등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범인은 경찰에 붙잡혔지만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객관적 증거에 범행 일체를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심리상태를 이용한 범죄분석관의 논리정연한 추궁이 결정적이었다.

범죄분석 기법은 2000년대부터 활용되기 시작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006년과 2007년에 이어 2017년 심리·사회학 전공자 3명을 범죄분석관으로 특별 채용, 사건 발생 시 범죄 분석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범죄분석관은 주로 살인, 강도, 강간, 아동약취유인 사건의 현장 분석과 면담, 범행 부인 시 진술 자백 과정에 투입된다.

피해자의 상흔이나 피해 정도, 현장 분석 등을 통해 범행 동기나 면식 여부, 도주 방법 등을 추정하고 분석한다. 이미 발생한 유사 사건 등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유추해내기도 한다.

특히 피의자 면담은 범죄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과정이다.

검거 전 분석한 것이 맞는지 검증 차원에서 진행하는가 하면 자료 축적을 위해서도 면담이 진행된다. 추후 비슷한 사건 발생 시 유용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면담 시 문장완성검사나 미술 심리투사검사, 성격검사, 자기보고식 검사 등 심리검사가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범죄분석 기법이 막 도입된 2000년대 초만 해도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 범죄분석에 어려움이 있었다.

대구지방경찰청 박희정 범죄분석관은 “2006~2007년만 해도 외국의 자료, 데이터를 우리나라에 적용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차츰 데이터가 쌓이면서 우리나라에 맞게 분석, 범죄 유형 분류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범죄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범죄분석관이 투입된다. 진술 녹화실 내 상황을 밖에서 모니터링 하며 심문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조언한다.

박희정 범죄분석관은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사건 관련 이야기를 식사 전에 할지, 후에 할지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심리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해 조언한다”고 전했다.

박희정 대구지방경찰청 범죄분석관이 사건 현장에서 범죄분석을 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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