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이철우 도지사 ‘가덕도 공항 상관 않겠다’발언 빌미||한 달 만에 부산 가덕도

문재인 대통령의 김해공항 확장안 재검토 시사 발언 이후 부산의 가덕도 공항 재추진 움직임을 두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불과 한 달 전 일일 대구시장 근무에 나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부산의 가덕도 공항 추진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발언했지만 지금은 민자공항 조건을 운운하며 말을 바꾸는 모양새다.

김진상 대구시 통합신공항추진본부장은 지난 14일 오전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가 수년간 갈등과 절차를 거쳐 정부 국책사업으로 김해공항 확장에 합의했다”며 “그동안 국토교통부에 수차례 확인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정부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번 부산의 갑작스러운 가덕도 공항 건설 주장과 관련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16일 대구시청을 찾아 가덕도 공항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도지사는 이날 “가덕도 공항을 추진하면 대구·경북통합 신공항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돼서 일부가 반대한 것”이라며 “통합 신공항을 먼저 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려주고 그 이후에 김해공항 확장을 하든 가덕도 공항을 하든 해달라. 이같은 의향을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 도지사는 “권영진 대구시장과도 협의가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지사의 발언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현재 여당 단체장들이 포진한 부산·경남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발언 이후 한 달 만에 부산이 “‘가덕도 공항은 TK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등에 업고 가덕도 공항 건설을 재점화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이 도지사는 가덕도 공항도 상관없다는 표현을 명확하게 사용했으나 지난 14일 대구시장과의 공동성명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김해공항 확장과 대구공항통합 이전으로 미리 결정돼 추진되고 있는 일이다. 재론할 사안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공동발표문에서 가덕도 공항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호기를 맞은 부산은 적극적인 공세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14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경북지역 염원인 대구통합 신공항 추진을 지지한다”며 신공항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대구·경북지역에 손을 내밀었다.

오 시장은 또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19년 재부 대구·경북시도민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구와 경북 인구가 500만 명인데 국제공항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이곳에 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소식에 대구시 한 간부는 “부산이 가덕도 공항을 민자로 건설한다면 우리가 관여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민자건설이란 단서를 끄집어냈다.

또 다른 한 간부는 “이 도지사가 공식 석상에서 가덕도 공항을 상관 않겠다고 발언한 만큼 현재로선 대구시가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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