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코앞에 닥쳤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는 당권 주자들이 18일 대구를 찾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국회의원(기호순) 등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날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TK 지역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다.

현재 판세는 황 후보의 우세 속에 오 후보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거기에 ‘5·18 폄훼’ 논란의 중심에선 김 후보가 뒤를 쫓는 형국이다. 최근 변수가 생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위세를 떨치는 ‘태극기 부대’ 8천 명이 한국당에 집단 입당한 것이다. 태극기 부대는 김 후보를 민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경북에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투표는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등 선거인단 투표(70%)와 국민 여론조사(30%)로 진행된다. 책임당원 32만여 명 중 30%를 차지하는 대구·경북이 선거 판세를 좌우한다. 하지만 자체 후보는 못 냈다.

전대는 ‘친박’ 대 ‘비박’의 계파 대리전 양상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배박’논란에 휩싸인 황교안 후보 쪽에 줄을 섰다. 아무래도 ‘비박’을 결집해 당권을 잡으려는 오 전 시장과는 코드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전대에서 종속변수 정도로 보이던 김진태 의원은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고 보수의 선명성을 내세우며 판세를 흔들고 있다. 조직력과 시위로 다져진 태극기 부대가 가세하면서 힘을 받는 형세다.

태극기 부대는 후보 합동연설회마다 단체로 참가, 분위기를 주도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들의 맹목적인 후보 지지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전당대회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을 막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이 같은 전대 과정을 지켜보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씁쓰레하다.

보수의 본산이라는 지역에서 자체 후보를 내지 못하고 구경꾼에 그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최근 한국당의 ‘5·18 폄훼’와 도로 친박당 회귀 움직임에 대한 걱정도 있다. 자꾸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정부·여당의 거듭된 실책에 무임승차하려는 한국당의 행태에는 울화통만 터진다. 지역민의 열망과는 동떨어진 행동에 한국당에 대한 실망감만 커지고 있다.

무기력에 빠진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도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다음 선거도 기대할 수 없다.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친박과 비박을 넘어설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지역 한국당은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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