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호/이삭푸드서비스(주) 경영고문, 전 인제대학교 겸임교수















올해 들어 첫 경제동향보고서가 발간되었다. 기업의 설비투자, 생산, 수출, 소비, 실업률, 일자리 등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참담한 성적표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위기냐 아니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일이 많아졌다. 일각에선 경제위기는 과장된 것이며 일부 언론이 만들어 낸 허세라고 하고, 다른 일각에선 한국의 경제 상황이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기냐 아니냐를 떠나 우리의 경제 상황이 중대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무려 96%에 이르고 금액으로는 1천500조 원에 이른다. 상승 속도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팔랐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증가속도 세계 2위에 가계 부채 상환 부담이 역대 최고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을 생각해 본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가계부채 절대 규모와 금리 상승, 전세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가계부채가 당장 시장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작다고 하더라도 시장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떨어지는 전세금에 세입자도, 집주인도 좌불안석이다. 750조 원으로 추정되는 ‘전세부채’ 폭탄에 매매가와 전셋값의 동반 하락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즉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증금과 세입자가 은행에서 빌린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곳곳에서 현실화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집을 팔아도 보증금에 모자란 ‘깡통전세’마저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불붙으면서 소위 말하는 갭투자로 집을 산 사람들이다. 특히 2016~2017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일시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지자 소액의 자기자금만 가진 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에 기대어 집을 샀던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역전세 및 깡통전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형편없는 경제성적표를 받아들 때마다 이 정부는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면서도 근본적인 처방 대신 세금 퍼붓기 대책을 내놓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대학 강의실 전등을 끄는 ‘에너지 절약 도우미’며 담배꽁초 줍는 일이 고작인 ‘전통시장 지킴이’를 채용해 일자리 통계를 분식하려 할 것이 아니라, 친기업 친시장의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경제활력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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