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18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맞붙었다.

대구·경북(TK)은 한국당 전체 책임당원 33만여 명 중 9만여 명이 몰려있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투표율도 높아 TK 표심을 잡지 못한 후보가 당권을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인지 이날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된 두번째 합동연설회는 전보다 열띤 분위기로 진행됐다.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행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당원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으며 먼저 무대로 올라온 김진태 후보는 “김진태 인사드리겠습데이~”라고 말하며 친근하게 등장했다.

그는 “박근혜·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줬다”면서 “이곳 출신 전직 대통령 두분이 큰 고초를 겪고 계시니 자존심 센 당원동지 여러분이 얼마나 속상하겠나”고 했다.

김 후보는 이어 “지금 분위기가 바뀌어 어딜가도 김진태를 외치고 있다. 이것이 당심이고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민심”이라며 “민주당이 제일 두려워하는 후보가 바로 김진태다. TK 당원들이 확실히 결론을 내달라”고 했다.

또한 “난세(亂世)에 꼭 필요한 지도자의 자질은 용기와 애국심”이라며 자신이 그런 자질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오세훈 후보는 탈당 전력 등 자신을 겨냥한 ‘비박’ 프레임 공세를 정면 비판했다.

오 후보는 “총선 승리가 의리다. 중도층 속으로 확장해 들어가야 내년 총선에 살 수 있다. ‘전략적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가열찬 투쟁은 확실해야 하지만 잘해야 한다”며 “투쟁이 지나치거나 실수하면 이번 5·18 논란처럼 거대한 역풍을 불러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또 “수도권 선거는 박빙의 승부인데 지금 이 자리에서 듣기 좋은 얘기 잘한다고 내년 수도권에서 효자 노릇 할 수 있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하고 더 가깝다고 하면 국민이 표를 주겠나”며 “우리는 여전히 친박 논쟁에 머물러 있다. TK가 이제 변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황교안 후보는 ‘TK 소외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전국 예산이 다 늘었지만 TK 예산만 깎였다.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반토막이 났고 울진 신한울 원전은 대통령 한마디에 올스톱 됐다”며 “TK가 지켜온 보수 우파의 자존심은 황교안이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했다.

황 후보는 ‘보수 대통합’ 메시지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들어와 살기 좋아지신 분 있는가”라면서 “귀족노조, 전교조, 주사파 세력들만 떵떵거리고 불쌍한 우리 국민들은 문 닫고 망하고 쫓겨나고 죄다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저래서 안 되고, 서로 손가락질만 하다가 망하지 않았나”라며 “저는 모두를 끌어안고 가겠다”고 했다.

최고위원 첫 후보자로 나선 김광림 후보(경북 안동)는 자신을 TK 아들이라 소개하며 당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윤재옥 후보(대구 달서을)은 “얼마 전 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사업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랐다”며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발언으로 국정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앞장서 그들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5·18 폄훼 논란으로 당 윤리위에 회부된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의 항의성 고함 탓에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기도 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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