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대구시는 시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취수원을 좀 더 상류 쪽인 해평으로 이전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구시의 계획은 지지부진하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태가 있고 난 후에 즉시 취수원을 상류 쪽으로 이전했어야 했다. 역학조사 및 관련자 처벌, 피해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수질관리 대책 등의 목소리에 묻혀 취수원 이전 문제는 간과되었다. 그 당시 물 문제는 국민적인 이슈로 달아올랐다. 핫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취수원 이전을 즉각 시도했다면 그 누구도 감히 반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소를 잃은 때가 현실적으로 외양간을 고칠 수 있는 기회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후, 대구시가 취수원 이전을 적극 추진하였으나 구미시의 반발에 부딪혀 근 10년을 표류하고 있다. 경북과 대구가 하나라는 슬로건 아래 상생을 모색하고 있긴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각자도생으로 돌아선다. 양 지자체의 수장이 교차 근무하기도 하고, 양 의회가 ‘한뿌리 상생 MOU’를 체결하는 등 상생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그 진정성이 바닥까지 닿지 않은 듯하다.



물은 인간 생존의 기본조건이다. 물 문제는 바로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물 문제를 그 어떤 문제보다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맑은 물을 먹을 권리는 생명권이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이기도 하지만 권리 이전의 천부적인 성질을 갖는다. 물이 인간에게 소중한 만큼 물로 인한 다툼과 분쟁은 그 근원이 멀고도 원초적이다. 거듭된 물 분쟁의 결과로 지역마다 그 지역 환경에 적응하는 최적 해결책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응축되었다. 사활을 건 물 분쟁의 오랜 역사적 교훈에서 도출된 지혜다.

강물을 이용하는 권리는 특정인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강 연안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된다. 타인의 용수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물을 끌어 쓸 수 있고, 또한 그러한 인수를 위하여 필요한 공작물을 설치할 수 있다. 상류에서 물을 쓴다는 이유로 하류에서 물을 끌어 쓰는 것을 방해하지 못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법제화된 관습이다. ‘공유하천의 용수는 타인의 용수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고 우리 민법 231조에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법리는 지방자치단체 간에도 확장하여 적용될 수 있다. 낙동강 연안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구미시민과 대구시민은 누구나 낙동강의 물을 끌어 쓸 수 있다. 물을 끌어 쓰기 위해 공작물을 설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다만 타인의 용수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물을 끌어 써야 한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강물은 우리 모두의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대구는 구미의 용수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상류에 취수시설을 설치하여 강물을 인수하여 쓸 수 있다. 지금까지 낙동강의 수량 부족으로 용수를 중단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취수원을 조금 더 위쪽으로 이전한다고 하여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낙동강의 수량이 부족하게 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비상시엔 구미에 우선적으로 용수를 공급한다’는 옵션을 안전장치로 달아둔다면 구미로선 손해 볼 일이 없다. 대구 용수로 인해 구미 용수가 방해받는 일은 결코 없다는 뜻이다. 취수시설과 용수로 등에 관한 제반 비용을 대구가 모두 부담하는 조건은 금상첨화다. 구미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맑은 물도 먹고, 인심도 내는’, ‘꿩 먹고, 알 먹고’다. 상수도보호 구역의 토지이용 규제가 강화된다는 잘못된 지레짐작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있다면 성실한 자세로 설득해 가는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해당 지역 환경은 개선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만약 지가 하락 등으로 인한 재산상 손실이 나타난다면 수익자 부담으로 손실 보상을 보장하는 약속이 신뢰성 있는 방법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농작물 직구 등 대구가 상생할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낙동강 환경 보전은 취수원 이전과 별도로 지속해서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폐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 구미산단 폐수를 전면 재사용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모든 화학물질 함유량을 상시 측정·감시하도록 하겠다는 환경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류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깨끗한 강물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취수원 이전에 대한 고향 사람들의 대승적 자세를 기대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취수원 이전예정지 바로 위쪽 강변 마을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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