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 중구 사우나 화재 건물 노후에 스프링클러도 설치 안 돼||-목욕탕이란 특수성

19일 대구 중구 대보상가 4층 사우나에서 발생한 불은 소방 출동 20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밀폐된 구조에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초동 진화에 실패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는 건물 노후화와 목욕탕이라는 특수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재가 발생한 대보상가는 지하 2층, 지상 7층 주상복합시설로 사용 승인된 건물로 39년 전인 1980년 연면적 2만5천94㎡ 규모다.

지하 2층은 기계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은 판매시설, 지상 4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5층부터는 주거시설로 스프링클러는 지상 3층까지만 설치됐다.

해당 건물 4~7층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초동 진화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방법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5천㎡ 이상의 신축 건물의 모든 층은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대보상가는 2017년 이전인 1980년에 지어져 소방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화재 장소가 완전히 밀폐된 사우나인 점도 피해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사우나 탈의실 내 목재 탈의함과 수건, 타올 등 불이 나기 쉬운 물건들도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소방 전문가는 “겨울철 사우나 시설은 문을 완전히 닫아 놓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이라 화재 발생 시 연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없고 탈의한 상태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점이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재 경보가 울렸어도 옷을 입고 탈출하려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

최영상 보건대 소방학과 교수는 “화재 발생이 어디서 났느냐, 초동 진화가 제대로 이뤄졌느냐에 따라 화재 피해 정도가 결정된다”며 “사우나 시설의 경우 탈의실 외부에서 욕탕 내부로 불이 퍼지기 때문에 경보 벨이 울려도 골든타임을 놓치기에 십상이다. 건물 구조와 피난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역시 화재 발화 지점이 4층 남탕 입구 구둣방인 것으로 추정함에 따라 화재 당시 외부로 탈출하기는 더 어려웠다고 예상했다.

이번 화재는 충북 제천화재 후 소방당국이 대구지역 목욕탕을 대상으로 출입구에 가운을 배치하고 자동유리문의 수동 요령과 화재 대피 요령 등을 제공했지만 화재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설비나 다른 요인의 화재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4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대상이 아닌 건물이라 화재를 초동진압하지 못한 점도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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