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는 기업 요구보다 지방 살리기가 우선돼야

발행일 2019-02-19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신승남/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유치 경쟁에 뛰어든 지자체는 경기도 용인과 이천, 충북 청주와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이다. 저마다 강점을 내세워 SK하이닉스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유치하려 한다. 향후 10년간 12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지자체마다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부나 SK하이닉스의 입장도 곤란해졌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세계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업 입지 선정을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경쟁하는 구도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중앙지들은 SK하이닉스와 정부가 부인하는데도 마치 경기도 용인이 이미 입지로 확정된 것처럼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SK하이닉스가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석·박사급 우수 인력을 영입해야 하는 데 이 인력들이 대부분 수도권 거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이유를 달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협력사들도 같은 이유로 수도권인 용인 입지로 선정되길 희망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물론, 경기도 용인에 남고자 하는 SK하이닉스 측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중공업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조시설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 어느 산업 하나 인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미국가산업단지 제3단지에는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세계시장 1위로 이끈 삼성전자 구미 스마트시티가 있다. 앞서 논리를 적용한다면 이미 경쟁력을 잃고 진작 접었어야 할 제조시설이다.

기업들이 수도권에 공장을 지으려는 이유는 인재 확보뿐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공장 부지는 물론, 주변 땅까지 헐값에 산 후 개발해, 향후 부동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공장 총량제 등 수도권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떼를 쓰면 우는 아이 입에 사탕 물리듯 입지를 허용했다. 물론,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포장지를 씌웠지만, 이로 인해 국가가 만든 지방의 국가산업단지와 공단들은 텅 비어 가고 있다.

수도권에 SK하이닉스 입지를 결정하고 개발하려면 우선 공장 총량제와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자칫 특혜가 될 수 있다. 특혜를 주면서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죽어가는 지방을 살리고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보다 소중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떼만 쓰는 기업의 요구보다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고사 직전에 있는 지방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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