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허술한 다중이용시설 화재 관리가 문제로 밝혀졌다. 언제까지 후진국형 안전사고 발생에 전전긍긍해야 하는지 참 기가 막힌다.

지난 19일 대구 중구 대보상가 사우나에서 발생한 화재로 3명이 숨지고 88명이 다쳤다. 불은 이내 진압됐지만 피해가 컸다. 주거복합 건물이다 보니 연기를 흡입한 피해자가 많았다.

불이 난 건물은 지은 지 40년 된 대형 노후 건물이다. 소방시설 점검 때마다 시설 노후화로 인해 결함이 지적됐다. 매년 두 차례 이상 받는 소방 점검에서 다수의 항목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감지기 불량과 고장이 잦은 소방시설 등 화재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가 매년 적발됐는데도 개선되지 않았다.

또 상당수 지적 사항은 땜질식 보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건물에 거주하지 않는 건물주가 많은 데다 건물관리도 세입자가 떠맡다 보니 소방시설 관리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처음 발생한 사우나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7층 건물 중 1~3층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6층 이상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노후건물은 제외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초기 진화에 실패했고 피해가 커졌다.

화재 발생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주민도 있고 화재 발생 한참 뒤에야 경보기가 울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부상자의 상당수가 경보기 소리를 듣지 못해 피해가 커진 셈이다.

화재 발생시간이 오전 7시11분으로 다수의 주민이 잠에서 깨어났을 시간이다. 비상벨만 제대로 가동됐어도 쉽게 피신할 수 있었다.

미로 같은 건물 구조도 피해를 키웠다. 연기 속에 대피로 찾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다. 소방당국은 앞으로 미로 건물의 경우 비상구 및 대피로 확보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노후 건물은 아무리 수리 및 점검을 받아도 또 고장 나기 십상이다.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소유주가 많은 집합건물은 쉽지 않다. 게다가 취약계층이 많은 곳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안전 무방비 상태의 노후 다중이용시설은 지자체가 소방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화재 등에 허술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불법 고시텔 등도 시한폭탄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무색게 하는 후진국형 사고를 언제까지 안고 가야 할지 답답하다. 정부는 말로만 안전사고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대형화재 등 사고 발생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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