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정치력이 필요한 때다.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위한 후보지 결정의 칼자루를 쥔 국방부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동안 김해공항 확장 불가와 가덕도 공항 건설을 물밑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온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마각을 드러냈다.

필자가 본 칼럼에서도 지적했듯 부산은 오거돈 시장이 앞장서고 지역사회와 학계 정치권까지 나서서 가덕도 공항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그 논의를 양성화하고 전국화하는 도화선이 됐다.

부산의 바람대로 당장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라는 확답을 내릴 수도 없는 대통령이고 보면 재론의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부산으로서는 성공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문제를 국토부에서 국무총리실로 격상해서 논의할 길을 틔워 부산 민심을 마사지한 것이다.

부산이 이렇게 치밀하게 대비하고 전략을 세워 가덕도를 밀어붙이고 있는 데 비해 대구와 경북은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부산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에 대한 시도의 공동입장’이라는 두서없는 입장문 하나로 불을 끄려 했다.



부산 가덕도 공항과 대구 통합공항 이전이 다른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문 대통령이 가덕도 공항 재론 가능성을 지폈다며 중앙 언론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서는 것이 그 첫 증거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가덕도 공항과 대구통합공항의 이전 방법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중앙, 국가 차원에서는 또 하나의 공항을 건설하는데 다름 아니다. 그런 시각을 대구에서 “국비로 건설되는 부산 가덕도 공항 건설과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으로 대구 공군공항을 이전하는 대구통합공항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각기 언어가 다른 외국인끼리 통역 없이 대화하는 것만큼 어렵다.

결국은 공항을 짓는 건데, 전국의 공항이 모두(김포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실에서 또 고추 말리는 공항을 짓는다는 것이냐고 항변하는 뉴스의 분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앙언론의 보도 논조가 예타면제 SOC 사업에 이어 영남권의 대구와 부산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나눠주기식 공항을 짓는 선거용 선심정책이라는 전문가의 입을 빌린 고춧가루 뿌리기가 이를 증명한다.



또 하나의 공항이라는 중앙 논리가, 대구와 부산에 각각 공항을, 그냥 지방공항이 아닌 대규모 관문공항 건설을 선뜻 동의해 주겠는가. 미주 대륙 운항이 가능한 대형기를 띄울 수 있는 공항을 둘씩이나 영남권에 건설하도록 허가해 준다면 중앙 여론이 어떠할 것인지는 몇 차례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 비난을 문재인 정부가 감당하려 하겠나.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하다.

말 그대로 대구 통합공항은 이미 특별법으로 이전토록 결정된 사항이다. 가덕도 공항과 다르다. 대구 통합공항 이전이 법으로 정해졌고 이전 후보지까지 결정된 마당에 최종 이전 예정지를 발표하지 않아 미뤄지고 있는 것과 아직 이전이 결정되지도 않았고 그 결정이 법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가덕도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가덕도 건설에 대구통합공항을 들먹여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입지 평가에서 가덕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밀양을 포기한 대구 경북이다. 그런데도 가덕도 공항이 대구 통합공항과 같은 선상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대구공항 통합 이전이 결정되고 난 뒤에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덕도 공항 건설 주장이 대구 통합공항 이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산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우리는 대구 통합공항을 빨리 결정짓고 건설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쯤에서 대구도 통합공항 건설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청와대가 결정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물론 제3의 길도 하나의 대안으로 모색해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 지역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청와대에 답변을 요구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대구통합공항, 지금이야말로 정치력이 필요한 때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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