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1일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20일 경기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식으로 밝혔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부처에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용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번 요청은 SK와 정부의 사전 조율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여 또 하나의 ‘대구경북 패싱’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대구경북 패싱은 안된다”고 외쳐온 지역민의 절규를 기어이 외면한 것이다. 국토 균형발전과 고사해가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반도체 클러스터만큼은 구미에 설치해야 한다는 절규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용인과 같은 수도권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을 제한하는 공장건축 총량제가 적용된다. 그 때문에 수도권에 공장을 건설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원장인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이를 승인해야 한다.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산자부 관계자는 신청 내용을 검토해 조속히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투자의향서 제출 자체가 모든 것을 결정해 놓은 뒤 후속적으로 취하는 요식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비쳐 지역민의 허탈감을 더하게 한다.
SK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와 국내외 50여개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규모다. 총 120조 원이 투자되고 반도체 생산시설 4개가 건설된다. 직접 고용 1만7천 명에 1~4차 협력업체 파급효과까지 합하면 전체 고용효과는 10만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SK하이닉스 유치에 지역발전의 사활을 건다는 각오 아래 청와대 청원과 함께 100만 명 서명운동, 대구경북 시도민 한마음대회를 개최하는 등 총력전을 펼쳐왔다.
경북도도 지난달 말 광주에서 열린 영호남 시도지사 회의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추진에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수도권공장총량제 준수를 촉구하는 영호남 8개 시도지사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수도권개발 중심론에 휩쓸린 이번 결정을 보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마음은 허탈하다. 입만 열면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지방자치를 외쳐온 문재인 정권이 대규모 개발사업 등에서는 지역소멸 위기를 부추기는 결론을 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인 입지를 재고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과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수도권 공장총량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