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인센티브

발행일 2019-02-25 17:57: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상철 자유기고가
이상철/ 자유기고가

노자의 도덕경에 ‘유무상생’이란 구절이 나온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하는 대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노자의 핵심사상이다.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데 급급한 현대인들이 되새겨야 할 경구이기도 하다.

인류는 생존과 진화를 위해 끊임없이 갈등과 대립 속에서 살아왔다. 갈등과 대립은 때로는 위대한 인류사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지만 추악한 인간의 본능과 욕망이 결합하여 많은 비극을 낳기도 하였다.

비극적 결말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상생’이라는 해법을 배웠다. 특히 요즘은 국내외적으로 상생은 화두가 되었다. 상생은 생태학에서 파생된 개념인 공존이나 공생보다 더욱더 포괄적인 개념인데 기본적으로 ‘윈윈(Win-Win) 전략’과 인센티브에 의해 움직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기를 유발하거나 어떤 행동을 부추기는 자극인 ‘인센티브’야말로 상생의 모멘텀이라고 볼 수 있다.

인센티브가 잘 작동되고 있는 사례를 우리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와 싱가포르를 통해서 알 수 있는데 다리 하나를 두고 10~20분 생활권에 있는 두 도시는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과 물자 속에서 다양한 민족들의 삶이 현란하게 뒤엉키며 상생의 규칙을 만들어 낸다.

조호바루 주민들은 높은 임금을 주는 싱가포르로 출퇴근을 하고, 싱가포르 주민들은 물가가 싼 조호바루로 건너가 쇼핑을 하거나 유흥을 즐긴다. 가격이라는 인센티브에 의해 매일 4만 명 이상이 움직이는 그 시스템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인센티브와는 별도로 규제도 엄연히 존재한다. 말레이시아 유가는 싱가포르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라 싱가포르 당국은 말레이시아를 갔다 온 싱가포르 국적 차량의 계기판을 점검해 3분의1 이상 연료가 채워져 있으면 큰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그래서 난데없이 국경 근처에서 휘발유를 버리는 사람들이 목격된다고 한다.

또, 조호마루는 다양한 문화가 혼재한 도시이지만 엄연한 이슬람 국가의 도시이기에 현지인에 대한 주류 단속은 엄격하며, 공식기도일인 금요일에는 도시 자체가 숙연해지며 여인들은 단정한 머리에 두동이라는 스카프를 쓰고 다닌다고 한다. 이처럼 인센티브와 적절한 규제는 싱가포르와 조호바루의 지속적인 상생을 지켜주게 되었다.

상생을 추진하는 데 있어 유의할 점도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악어가 하품을 할 때 작은 새가 악어의 입속으로 날아 들어와 이빨을 청소하고 이 작은 새가 먹이를 얻는 동안 악어는 안락함을 얻는다’고 말한 이래로 우리는 흔히 ‘악어와 악어새’를 상생이나 공생관계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악어는 입안에 있는 악어새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처럼 상생은 보통 어느 한쪽의 배신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생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의 구축과 배려하는 자세이다.

음양오행을 통해 상생의 원리를 설명해 보면, 오행 중 목(木)은 화(火)를 생하고, 화(火)는 토(土)를 생하고, 토(土)는 금(金)을 생하고, 금(金)은 수(水)를 생하고, 수(水)는 목(木)을 생하며 서로 간에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상생은 상대방을 생(生)하게 하는 것을 기본원리로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갑질’ 또는 ‘을질’ 이라는 이름의 주홍글씨를 가지게 되었다.

서로 간의 반목과 저주가 아닌, 갑(甲)이 을(乙)을 살리고 을(乙)이 병(丙)을 살리고 다시 병(丙)이 갑(甲)을 살리는 갑·을·병 상생의 사회구조가 빨리 도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 같이 잘 살기 위한 상생의 인센티브 기제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어쩌면 어디선가 읽었던 인센티브에 관한 글 안에 해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경제 주체는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그래서 한 사회의 현재와 미래는 요행이나 우연이 아닌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일이 된다.”

너와 내가 살고, 더 나아가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상생의 동력이 4차 혁명보다 더 위대한 것임을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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