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성악가 장경욱||군 복무 마친 25세 복학생||대구오페라축제 무대 데뷔

▲ 2018년 오페라축제 ‘라 트라비아타’에서 그랑비 역을 맡았다.
▲ 2018년 오페라축제 ‘라 트라비아타’에서 그랑비 역을 맡았다.
‘최초’, ‘최연소’

성악가 장경욱(27)을 따라다니는 말이다.

그는 25살에 대구오페라축제 무대로 데뷔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리골레토’의 ‘스파라푸칠레’ 역이었다. 대학생이 오디션을 통해 오페라 축제 무대 데뷔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는 “파격적인 캐스팅이었다”고 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그의 저음 목소리를 높게 평가했다.

장씨는 리골레토뿐만 아니라 투란도트에도 동시 캐스팅이 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25살.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을 당시 우연히 본 오디션이었다. 합격은 기대하지 않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오디션 시간이 앞당겨져 옷도 제대로 차려입지 못하고 허둥지둥 오디션에 참가했다. 제대로 목도 풀지 못한 상태였다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가득 참여했던 오디션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대학생으로는 처음으로 배역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어요. 친구가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이 있다고 이야기해줬지만 믿기지 않았어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아서 친구한테 몇 번이고 다시 물어봤어요.”

꿈과 같은 일이었지만 무대에 서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연기를 배운 적이 없었던 그에게 오페라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정말 죽을 것 처럼 연습했던 거 같아요. 아침에 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계속 연습만 했어요.”

이런 근성 때문일까. 회를 거듭할 수록 오페라 무대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렇게 어리고 경험도 없는데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저를 많이 보셨다”며 “하지만 마지막에는 선배님들이 한마디씩 칭찬을 해주신다. 그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2017년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성악가대회에 참가한 장경욱씨.
▲ 2017년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성악가대회에 참가한 장경욱씨.
201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성악가대회에서 외국인 성악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성악가대회는 캐나다 퀘벡주가 주최하는 국제적 규모의 대회다. 이 대회에는 젊은 성악가 29명이 참가했다. 만 18세에서 35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이 대회에 그는 최연소로 참가했고 예술감독들이 현장 투표를 통해 선발한 외국인 성악가상을 수상했다.

그 후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 라 보엠, 살로메, 라 트라비아타 등에서 잇따라 주조연을 꿰찼다. 불과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검정고시 출신, 음악이 인생의 전부

그에게 음악은 삶 전부였다.

“음악이 없으면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음악은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장씨는 17살에 성악을 시작했다. 성악가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루지 못했던 아버지의 꿈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6살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기타, 첼로, 플루트 등 각종 악기를 섭렵했다. 그리고 변성기가 지나자마자 성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자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보다 노래에 집중하기 위한 그의 선택이었다.

오전에는 검정고시 학원을 오후에는 레슨을 다녔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레슨비와 용돈도 충당했다. 그렇게 남들과는 다르게 조금 특별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당시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조금 더 일찍 자퇴를 했을 거 같아요.”

▲ 베이스 장경욱
▲ 베이스 장경욱
◆세계무대에서 활동 목표

지난해 8월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를 졸업한 그는 세계무대를 목표로 새로운 도약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오는 7월 이탈리아 페사로의 로시니 아카데미에 참가한다. 프로그램 관계자가 대구를 방문했을 때 그의 샬로메 공연을 보고 캐스팅이 됐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축제인 2019 이탈리아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로시니 아카데미는 테너 프랑코 코렐리,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를 길러 낸 유서깊은 교육의 장이다.

그는 한 달 동안 아카데미 수업을 받게 됐다. 이 아카데미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면 8월 로시니 페스티벌의 영아티스트 프로그램 중 하나인 ‘랭스 여행’ 무대에 설 수 있다. 다음달 29일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사랑의 묘약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가을쯤에는 독일 오페라 극장 진출 오디션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독일 오페라 극장 등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며 더욱 성장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에는 음악으로 선교활동을 하는게 꿈이에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도전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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