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bonpon지음/웅진지식하우스/248쪽/1만4천 원

비슷한 옷을 입고,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들. 염색하지 않은 희 머리에, 너무나 꼿꼿해 조금은 어색한 자세가 사랑스러운 노부부다.

이 책은 일본 센다이에 사는 60대 백발 부부의 ‘쿨한 일상’을 담아냈다. 이들은 저자명도 젊은이들처럼 평소 별명을 사용했다. 남편은 본(bon), 아내는 폰(pon)이다.

이 부부는 지난 2016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올린 커플 스타일링 사진 등은 세계인들로부터 호감을 얻으며 글로벌 소셜미디어 스타로 떠올랐다. 팔로워 숫자만 벌써 80만 명이다.

“이런 부부가 되고 싶다.”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 “나이 드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등의 반응을 얻으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런 멋쟁이 노부부의 삶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사실 그들이 걸어온 삶은 남다를 것이 없었다. 평생 함께 있고 싶어 결혼했지만, 정작 직장과 집에서 각자 치열한 세월을 보내다 딸들이 독립하고,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bon이 퇴직을 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비로소 다시 둘만 남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들은 온전히 부부만의 시간을 갖게 된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그러하듯, 그들만의 방식으로 노년의 삶을 채우기로 결심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부부가 오랜 시간 동안 공동의 삶을 유지한 적이 또 있을까. 기대 수명이 채 60세도 되지 않던 시절에 비해, 이제 우리에게는 25년 넘는 시간이 덤으로 주어졌고 결혼한 이들이 함께 살아야 하는 기간도 그만큼 늘어났다. 은퇴 후 제2의 인생, 소위 ‘세컨드 라이프’란 대개 두 사람의 삶이 중심이 될 것이다.

저자들 역시 삶의 마지막 터전을 선택, 낯선 곳에서 둘만의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시어머니, 두 딸과 함께 살던 단독주택에서 노부부를 위한 작은 아파트로 옮기는 과정은 그야말로 소유물을 10분의 1로 줄이는 일이었다. 물건을 줄이다 보니 생활도, 생각도 간소해졌다. 하찮은 것에 쓰던 힘과 에너지를 이제는 진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쏟아 붓는 것이다.

새로운 터전을 선택할 때도 눈을 치울 필요가 없고 자동차 없이 지낼 수 있는 지역을 고른다. 더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하더라도 따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둘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하기 편리한 환경으로 옮긴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새로운 일상은 다정함과 소소함의 연속이다. 집안일을 나누어 하고, 작은 것에 적당히 만족하고,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즐거움에 집중한다.

물론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는 패셔니스타답게, 부부가 직접 알려주는 커플룩 연출 팁도 빼놓을 수 없다.

부부는 옷을 맞춰 입고 산책을 겸해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미술관이나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커플룩 사진은 벌써 300여 장을 넘어섰는데, 자세히 보면 옷이 많은 게 아니라 평소 애용하는 아이템 몇 가지에 더해 컬러와 패턴, 소재 어느 한쪽을 맞추어 다양한 스타일링 센스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부가 모던한 옷차림을 하게 된 건 10년 쯤 전부터다. pon은 52살 때 머리 염색을 그만뒀다. 염증반응으로 더이상 염색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전까진 또래들처럼 옷을 입었다. 하지만 백발엔 어울리지 않았다. 딸의 모던한 옷을 빌려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옷차림에 어울리게 머리도 직접 잘랐다. 딸의 권유로 커플 코디를 시작한 것 그즈음이다. 아내가 옷을 결정하면 남편이 그에 어울릴 듯한 것을 고른다.

뿐만 아니라 bon&pon 커플에 대해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는 그들의 과거 즉 연애와 결혼, 다툼 등의 이야기와 함께 특별 인터뷰 또한 담겨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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