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온 띠엔의 걱정

발행일 2019-03-04 16:38:0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임미애/



베트남에서 온 띠엔은 지난해 12월 인천지역에서 들려온 중학교 학생의 자살 소식에 아들이 몹시 걱정이 되었다. 자살한 학생은 러시아가 모국인 엄마를 둔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었다. ‘4명의 또래에게 둘러싸여 집단폭행을 당했다’, ‘옷을 벗기고 수치심을 주었다’, ‘송치되는 가해 학생이 입고 있는 옷이 엄마가 아들에게 사 준 옷이고 아들이 그 옷을 친구에게 뺏긴 거’라는 언론의 보도는 띠엔의 심장을 후벼팠다. 중학생들의 잔인함도 몸서리쳐졌지만 언론의 세세한 보도 역시 너무 잔인했다.

그날 저녁 아들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띠엔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럴 때 남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걱정하는 띠엔에게 공부 못하는 학생은 폭행이나 왕따를 당해도 당연하다는 듯이 면박을 주곤 한다. 마치 자신은 학창시절 대단한 실력가였다는 듯이 행동한다. 학교 공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어디 아들만의 문제이겠는가 그저 아들에게 너무 미안할 뿐이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는 방과 후 교실이나 학습지 선생을 통해 도움을 받았지만 중학교 올라가고 나서는 그저 아이를 믿고 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학업이나 학교생활에 대해, 게임에 집착하는 생활에 대해 또래 부모들과 정보교환도 하고 싶고 수다도 떨고 싶지만 얘기할 곳이 없다.

띠엔의 아들은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읍에 위치한 공고에 진학할 예정이다. 아들을 붙잡고 엄마가 모르는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있었는지 물었다. 아들은 귀찮다는 듯 대답에 성의가 없었다. 그나마 안도하는 건 시골 학교라 전교생이 빤하게 드러나고 그 아이들과 3년을 함께 지내다 보니 교우 관계의 어려움이 도시보다는 덜하다는 거다. 어쩌면 띠엔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학업에는 비록 흥미가 없지만 아들은 착하게 자랐다. 세상이 공부 잘하는 놈만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만큼 커 준 것도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아들은 일찌감치 특성화고 진학을 염두에 두었다. 졸업하면 빨리 취업해 경제적으로 독립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엄마나 아빠가 아이의 진로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전혀 없다. 그저 학교에 맡길 뿐이다. 다문화 청소년의 진로적성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다문화가정 자녀 중에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은 약 11만6천 명으로 향후 학령기 다문화 자녀 수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현재 특성화고에는 2천948명의 다문화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이 수치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의 29.3%에 해당한다.

직업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청소년의 57.9%가 직업 진로를 결정하였지만 희망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정도는 매우 낮다. 단지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얻는 정보가 전부이다 보니 자격증 취득을 취업 준비의 전부처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다문화 청소년의 증가 추세와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적확한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이중 언어 사용자로서의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적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청소년 진로 적성 교육과정에 다문화 청소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진로 지원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이해 및 내적 동기를 강화하고 진로탐색 및 진로설계 등 단계별 진로 지원과 이를 기반으로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의 진로지원을 위한 전담 교원이 필요하다. 이에 다문화 청소년 진로지원 전담 교원을 양성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수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글을 쓰고 보니 이 문제는 다문화 청소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청소년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다문화 청소년들의 진로문제는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진로문제와 같다.

입학을 앞두고 만난 고등학교 선생님은 걱정하는 띠엔에게 한 마디 건넸다. “다 똑같은 아이인걸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똑같은 아이라는 그 말이 띠엔에겐 큰 위로였다.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라는 구호 속에 띠엔의 아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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