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연을 설계하는가

실라 재서노프 지음/동아시아/512쪽/3만 원



과학의 가장 큰 특징은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하다는 점이다. 생명과학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조건을 갖추면 지구 반대편에서 입증된 실험 결과를 이곳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 또한 과학에서 나타난 성과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전파된다. 유명한 말처럼,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이 책은 미국, 영국, 독일이라는 세 국가를 다룬다. 한 가지 중요한 사례를 살펴보는 게 아니라 세 국가에서 각각 어떤 방식으로 생명과학의 도전에 대응했는지 비교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비록 과학에는 국경이 없을지라도, 법과 정책에는 국가별로 환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이는 단순히 국가의 제도나 운영 방식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역사적·문화적 배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기술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하버드대학교 존 F.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과학기술학 석좌교수로서 과학기술이 정책적으로 규제되는 방식을 가장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저자는 생명과학 때문에 새로운 법이나 제도가 생겼다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책에서는 생명과학에서 도전이 나타났을 때 국가가 생명과학을 규제할 뿐 아니라 생명과학도 국가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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