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해 무기수 김신혜 그날 사건의 정황은?…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발행일 2019-03-06 14:44:0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사진: SBS 방송화면 캡쳐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42) 씨의 재심 첫 재판이 비공개로 열린다.

이 사건은 가정형편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돈을 벌며 어릴 적 이혼한 엄마 대신 아버지와 동생들을 보살핀 김씨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수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2003년 3월 6일 밤 가족들을 만나러 귀향길에 오른 김씨는 자정에 넘어 고향에 도착했다. 이튿날 새벽 아버지가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차에 치였다면 상처도 있을텐데 그런것이 보이지 않았으며 어릴때 앓았던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했던 김씨의 아버지는 6km나 떨어진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에서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사람이 큰딸 김씨였다.

고인의 몸에서는 '독실아민'이라는 수면 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수면제 30알을 잘게 갈아 양주에 섞어 아버지에게 권했고 그것을 마신 아버지를 자신의 차로 길가에 버리고 온 것으로 조사 됐다.

또한 숨진 아버지가 김신혜씨와 여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경찰 조서에 포함됐다.

그런데 남동생에 따르면 자백을 했다는 그녀가 현장 검증을 하는 모습이 이상했다며 "누나가 멍하니 서있었어요. 누가 하라면 하라는대로 하고"라고 말했다.

이후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한 김씨는 수감된 뒤에도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모두 경찰이 조작한 사건이라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었다.

경찰이 김씨를 체포한 이유는 김씨 남매의 고모부 때문이라고 경찰은 주장했다.

김씨의 고모부는 "아버지를 죽인 게 맞냐고 하니까 자백을 했어요 당시에" 라고 김씨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김씨의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는 듯한 메모와 송금 계획이 적혀있는 종이가 발견됐으며 고인의 몸에서 나온 약물 또한 조사 결과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수면유도제가 고농도로 압축돼 검출됐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정도의 양을 표시 안 나게 일반적인 술이라고 먹일 방법은 없다고 보인다는 것. 아버지가 마셨다는 양주병과 유리잔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처음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살해했다고 밝힌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씨는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동생 대신 제가 징역살이를 하려고 제가 죽였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례식장에서 고모부가 나를 불러내더니 "간밤에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이고 찾아와 뒤처리를 도왔으니 집안 전체를 생각해 자수를 해라"라고 충고했다"며 믿을 수 없다고 남동생과 먼저 이야기를 하려했지만 고모부가 극구 말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한테 허위자백을 하라고 했다. 네가 희생이 되면 너도 살고 우리도 산다"고 말했다.

남동생 준호 씨 또한 아버지가 누나와 여동생을 성추행했다는 진술도 고모부가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저렇게 말을 해야 누나가 나올 수 있다고 믿고 말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현재는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고향을 떠나 지낸 막내 지혜씨 또한 아버지가 성추행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으며 "고모부가 아빠한테 성추행 당한 적 없냐고 화를 내시면서, 왜 계속 강압적으로 당했으면서 거짓말 하냐고 자꾸 그랬다"며 "고모부가 그렇게 얘기를 하라고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당시 장례식장에서 김씨와 고모부의 대화도 "언니는 아니라고 했고 고모부가 오빠를 보겠다는 언니를 강압적으로 밀어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사건 당시 압수수색 영장 없이 집을 수색당했으며 담당 형사가 김씨의 집을 뒤질 때 경찰이 아닌 자신의 군대 동기를 데려갔다는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또한 잘못된 방법으로 얻어낸 수사 결과들과 경찰로부터 숱한 폭력을 당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의 이러한 억울함은 18년만에 수사 과정의 부당함이 인정돼 2015년 11월 복역 중인 무기수 중 처음으로 재심 대상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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