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





인류에게 있어 구름은 관찰과 동경의 대상이었고 음악, 미술, 시 등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심미적 대상으로 표현이 되곤 했었다. 보통 구름 하면 비가 오기 전에 생기는 것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고, 또 수증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제법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구름의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복잡한 과학이 숨겨져 있다.



먼저 구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수증기가 있어야 하는데, 수증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구름 자체는 수증기의 덩어리가 아닌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름은 지름 0.02㎜의 작은 물방울, 즉 구름방울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카락 굵기의 약 4분의 1 정도로 매우 작은 입자이다. 보통 구름이 떠 있다는 표현을 쓰는데 엄밀히 말하면 구름은 매우 천천히 낙하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구름 자체가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구름방울이 낙하하여 구름 아래의 건조한 공기를 만나면 바로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구름 속에서 구름방울은 계속 만들어지고 아래쪽 구름방울은 떨어지면서 건조 공기와 만나 증발하고, 그런 과정을 지상에서 보고 있으면 구름은 그저 가만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편, 구름은 보통 흰색을 띄지만 경우에 따라 또 먹구름같이 검게 보이기도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빛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빛을 구성하는 요소 중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은 여러 빛깔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무지개 색깔로 이해하면 되는데, 빛의 삼원색이라고 흔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빛의 삼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으로, 초등학교 시절 세 가지 색깔을 나타내는 동그라미의 가운데가 흰색이었던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여러 색깔의 빛을 섞으면 섞을수록 흰색에 가까워진다. 구름방울은 햇빛을 여러 방향으로 산란시키고 무수히 많은 구름 입자들에 산란된 빛은 많이 섞이게 되어 결국 우리 눈에 흰색으로 보이게 된다. 그러면 먹구름의 경우에는 왜 회색빛으로 보이는 것일까? 구름의 두께가 두꺼워지게 되면 구름의 꼭대기 층에서 아래층까지 두꺼운 구름층을 빛이 통과해야 하고, 그 결과 우리 눈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워낙 적어서 산란되는 양 자체가 적어지게 된다. 즉 먹구름은 햇빛을 통과시키기보다 흡수시켜 어둡기 때문에 검게 보이는 것이다.



구름은 하늘에 떠다니며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비를 내리게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비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구름이 발달해서 구름의 연직 두께가 두꺼워지면 구름 속의 입자 개수도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모든 구름 입자가 동일한 크기로 규칙적으로 생성되기보다 서로 다른 크기로 형성되기 쉽다. 다양한 크기의 구름 입자들이 공존할 때, 주변의 다른 입자보다 크기가 큰 입자가 있으면 이 입자는 떨어지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다. 작은 입자보다 공기저항을 덜 받기 때문인데, 이때 큰 구름 입자가 낙하하면서 작은 구름 입자를 낚아채어 방울이 더 커지게 된다. 커진 입자는 더 빠르게 떨어지고 다른 작은 입자와 충돌할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구름 속에서 폭발적으로 반복되면, 물방울이 증발하기 전에 온전히 지상까지 떨어질 수 있다. 바로 비가 내리는 것이다.

기상청은 육안관측과 기상위성을 이용하여 구름을 관측하고 있다. 육안관측은 매시간 관측자가 지정된 관측 장소에서 눈으로 관측을 하는데, 구름의 양, 구름의 높이, 구름의 종류를 관측한다. 일반적으로 구름의 종류에는 총 10가지가 있는데, 보통 새털구름이라고 하는 가장 높은 구름을 ‘권운’이라 하고, 비를 많이 오래 내리게 하는 난층운, 천둥·번개가 치고 강한 소나기를 내리게 하는 적란운 등이 있다. 기상위성으로 관측한 구름 영상은 TV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기상청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름과 관련된 다양한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구름의 관측으로 앞으로의 날씨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처럼 구름은 우리에게 친숙하고도 때로는 포근한 대상임과 동시에 지구 에너지의 균형과 기후 및 기상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아닐까 싶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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