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성/ 사회2부



전국 1천344개 농·수·축협장과 산림조합장을 뽑는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일(3월 14일)이 한 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후보자들과 유권자(조합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2014년 제정된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은 후보자등록 마감일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선거 전일인 13일까지 고작 14일뿐이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후보자 단 한 사람으로, 후보자를 제외한 그 가족이나 제삼자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다. 후보자를 알릴 수 있는 소견발표나 합동연설회 등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선거운동 기간 전에 일상적, 의례적 활동 범위를 벗어나 각종 행사장을 방문해 조합원과 만나 악수나 인사 등의 행위는 물론 지지 호소, 선거공약 발표 등도 선거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전화나 문자, 명함을 배포할 수 있고 어깨띠나 윗옷, 소품 등의 사용은 허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14일간의 선거운동 기간에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이르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후보자가 인물 검증을 받기에는 역부족한 실정이다.

청송영양 축협조합장 후보자의 경우, 청송군 8개 읍면과 영양군 6개 읍면 조합원이 유권자다. 이토록 넓은 선거지역을 대상으로 14일 동안 과연 몇 명의 조합원과 대면할 수 있겠는가? 청송 농협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 4천200여 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에게 후보자의 비전을 어떻게 알릴 수 있겠는가?

결국, 향후 4년간 조합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자리인 조합장을 명함이나 선거공보물만 보고 선택해야 하는 실정이다.

선거공보물에만 의존해 투표해야 하는 현행 선거법에 유권자들 또한 불만이 크다. 법대로라면 그동안 조합원들과 접촉이 잦았던 현직 조합장이 가장 유리하다. 한 조합장 후보는 “조합원 수가 4천여 명을 상회하지만, 온종일 다녀봐야 20명 안팎의 유권자를 만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현직 조합장의 경우는 평소 친분이 있어 유리한 입장인 것이 틀림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다른 조합장 후보자도 “8페이지 이내의 선거공보 단 1회 발송으로 나의 소신과 비전을 알리기엔 한계가 있다”며 “후보자 가족 또는 소수의 선거운동원을 허락하고, 조합원들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소견발표 등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자에게는 매니페스토(참공약) 준수를, 유권자(조합원)에게는 꼼꼼한 점검을 강조하는 선관위의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문화 실천의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유권자가 후보자를 바로 알고 뽑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을 통한 다양한 선거운동 방법의 모색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엄청난 연봉과 수당 그리고 인사권 등이 주어지는 조합장을 뽑는 선거, 유권자가 후보자를 정확히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불법 선거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 청송 임경성 기자
▲ 청송 임경성 기자


임경성 기자 ds5ykc@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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