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대구에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지하철은 편리한 데다 값도 싸다는 것이다. 1천250원(교통카드 기준)이면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서 대구 시내 끝에서 끝까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도착 안내 정보까지 보내주니 그야말로 대중교통 천국이다.

이런 대중교통은 일본 여행을 해보면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내 경우 그렇다는 거다. 특히 일본이 자랑하는 철도, 지하철과 지역마다 운행하고 있는 트램은 요령부득인 나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운영 주체가 여럿이어서 그렇다지만 복잡한 노선에다 엄청난(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요금에 눈이 동그래지곤 했다.



택시의 기본요금이 우선 7천 원가량이 되는 데다 탔다 하면 우리 돈 2~3만 원은 예사다. 지하철도 버스도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더구나 버스는 그 복잡함을 현금으로 계산하니 그들의 인내심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우리 대중교통이 이렇게 편하면서도 비용은 싸니 적자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 같다. 결국 그 적자를 교통복지 차원에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일반 승객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는 경로 우대자들로서는 무임승차가 더욱 불편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하철 적자를 놓고 자치단체와 정부가 밀당을 하지만 지자체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말 그대로 국가의 기간시설이고 사회간접자본이며 국민의 복지 시설이니 적자가 나면 국가가 보전해줘야 하는 당연한 논리를 국가는 35년째 지방에 넘기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세에 대한 지방세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7년 345조8천억 원 중 국세는 265조4천억 원으로 76.7%를 차지해 지방세 80조4천억 원(23.3%)의 3.3배나 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2022년까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하겠다고 할 만큼 우리의 지방세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지하철 운영경비를 지방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운영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임 승객에 대한 손실 부분만 해도 그렇다. 2017년 한 해 대구 지하철 승객 1억6천300만 명 중 무임 승객이 4천400만 명이나 된다. 한 해 전체 승객의 26.9%가 공짜 승객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무임제도는 1984년 시행된 이래 35년째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국가유공자와 장애인들에 대한 무임 승차제도가 각각 시행되면서 무임 승객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무임 승객들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대구 지하철의 운영 적자 1천593억 원 중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547억 원으로 34.3%를 차지했다. 이 중 1천428억 원을 대구시 예산으로 메꿨다.

대구 지하철은 하루 평균 44만6천 명이 이용하며 이 중 무임 승객은 12만5천 명이다. 무임승객 중 경로 우대자가 10만4천 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장애인이 2만 명, 국가유공자가 1천 명 정도다.



그 무임 승객들로 인한 지하철 운영 적자를 국가가 보전해주는 법률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 전국 6개 지하철운영 자치단체가 2020년 예산에는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분 중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분만큼은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차원의 교통복지다”라며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도시철도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늦은 밤, 지하철에 한 무리의 노인들이 왁자하게 지하철에 오른다. 계모임에라도 다녀오신 듯 얼굴들이 불콰하다. 젊은 사람들의 못마땅한 표정이 아주 노골적이다. 한때는 국가 재건의 기수였고 산업화의 주역이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공짜 승객으로 천덕꾸러기가 따로 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그들이 당당하게 경로 우대받게 할 수는 없나.

옆으로 가서 한마디 해준다. “어르신들, 괘념치 마세요.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들은 선불로 타고 다니시는 겁니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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