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내연산 시립공원’ 새 이름 환영한다

발행일 2019-03-10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국현 / 논설실장

거창하게 공자의 정명(正名)론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당연히 모든 사물에는 실제에 부합하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 이름은 모든 사고의 틀이고 생각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포항의 보경사 군립공원의 이름에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군립(郡立)공원이라는 명칭이다. 군립공원으로 지난 1983년 지정됐다. 당시 보경사와 내연산은 행정구역상 영일군에 속해 있었다. 그래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영일군 통합 후에도 24년째 ‘군립공원’

영일군은 지난 1995년 도농복합시 설립과정에서 포항시와 통폐합돼 행정구역 명칭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군립공원이라는 이름은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24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종전까지 자연공원법상 공원의 종류는 국립, 도립, 군립, 지질 등 4종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6년 공원법 일부가 개정돼 특별·광역시립공원과 시립·구립공원 설치 조항이 추가됐다.

법적 근거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는 포항시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군립공원이라는 명칭을 현실에 맞게 시립공원으로 바꿀 수 있다.

실제 도농복합시 설립과정에서 진양군과 통폐합한 경남 진주시는 지난해 8월 보경사 군립공원과 꼭 같은 상황이었던 방어산 군립공원의 명칭을 시립공원으로 변경했다.

물론 군립공원이 시립공원으로 바뀐다고 해서 격이 높아지거나 예산지원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주시는 시립공원으로의 명칭 변경을 계기로 방어산을 진주의 대표적 자연생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27개의 군립공원이 있다. 이 가운데 포항의 보경사 군립공원과 함께 경기 남양주시의 천마산 군립공원, 경남 사천시 봉명산 군립공원 등 3개는 시 지역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군립공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팔공산 도립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 쪽에 위치한 팔공산은 경북도에서 도립공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름도 도립공원이 적합하다.

그러나 대구광역시 쪽에 있는 팔공산은 그냥 자연공원으로 부른다. 대구광역시립공원으로 불러야 마땅하지만 같은 자연공원을 한쪽에서는 도립공원, 또 다른 쪽에서는 광역시립공원으로 부르는 것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판단 하에 그대로 두는 것 같다.

이는 대구·경북 시도민의 지혜를 더 모아 봐야 하겠지만 차후 팔공산 도립공원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절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왜 ‘보경사 군립공원’이라 했을까

보경사 군립공원이라는 이름과 관련한 또 하나의 의문은 보경사 공원이라는 이름 그 자체다. 전국의 자연공원 중 산지에 있는 공원은 대부분 산의 이름을 따서 ‘○○산 군립공원’, ‘○○산 도립공원’ 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경사 군립공원만은 공원이 위치한 내연산이 아니라 산속 사찰을 앞세워 명명하고 있다. 특정 사찰을 앞세운 군립공원은 전국에서 사실상 전무하다.

보경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군립공원이 내연산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연산 군립공원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야기가 그간 많이 나왔다.

이러한 두 가지 의문과 관련해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5년마다 실시하는 공원개발 용역을 발주해놓고 있다. 시립공원으로 개명 문제는 현재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 긍정적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군립공원 이름이 보경사로 지어진 것은 공원지정 당시 공원 부지 내에 보경사 소유지가 절대적으로 많았고, 또 보경사 측이 큰 역할을 한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공원 이름을 바꿀 때 ‘내연산보경사 시립공원’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경사라는 이름이 내연산 못지않게 전국적으로 유명해 병용해 쓰면 검색이나 접근성이 더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포항시는 빠르면 오는 4월까지 군립공원 이름을 시립공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연산은 조선조 때 겸재 정선이 내연삼용추도, 내연산폭포도, 고사의송관란도 등의 그림을 남겨 진경산수 화풍을 완성한 곳이기도 하다. 늦게나마 내연산 군립공원이 제대로 된 이름을 찾는 것 같아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서 흐뭇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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