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대구·경북(TK) 패싱이 노골화되면서 지역 내 여당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문 정부를 겨냥한 지역민의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역 여당 의원 및 지역위원장들이 중심이 돼 문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지역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 지역민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보수 심장인 TK 지역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TK 민주당에게 향후 보수 표밭 쟁취 가능성을 안겨줬지만 이런 기대에 부합한 여당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불거진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만 해도 그렇다.

문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재검토’를 시사한 뒤 대구공항통합이전 사업이 TK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거진 TK 출신 인사 홀대론과 예산 패싱, ‘탈원전’ 정책 유탄,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불발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 정부를 향한 사이다성 발언도 하나 없다.

오히려 “TK 패싱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승천 동구을 지역위원장은 “예산패싱 등 정부의 TK 차별은 잘못된 시각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TK 민주당이 지역 예산 확보에 큰 역할을 했지만 지역민으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자체 홍보가 부족해서다”고 말했다.

허대만 경북도당위원장도 “한두 건의 지역 현안으로 ‘TK패싱’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며 “합리적인 설득력을 갖추고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를 거치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 지역민의 뿔난 민심을 달래고자 부랴부랴 TK발전특별위원회를 열고 일찌감치 TK 국비 증액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원론적 논의에만 그쳐 오히려 비난을 자초했다는 평마저 들었다.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또한 이슈에 대한 논평과 성명서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정작 문제에 대한 대책이나 방향 제시보다는 비난만 난무한 실정이란 분석이다.

지역 의원에 대한 평가도 썩 좋지만은 않다.

홍의락 의원(북구을)은 지역민들이 재선까지 기회를 줬는데도 정작 지역 발전을 위해 해 놓은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김부겸 장관(수성갑)은 의원 당선 이후 2년간 지역구를 비워두며 지역민과의 소통에 소홀했던 만큼 공백을 메우기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위원장들도 내년 총선을 위해 지역구에서 민심을 듣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현안 해결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역 민주당은 반성보다는 지역정서를 탓하며 되려 지역민들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TK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TK홀대론 등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며 “민주당이 달라져야 한다. 올해 지역 민주당 의원 및 위원장들이 힘을 모아 정부가 TK 시·도민에게 줄 선물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문 정권에 잘못된 점은 과감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지역민들에게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며 “지역 민주당 의원 및 위원장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민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에서 1석 확보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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