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재 정치부장
▲ 이창재 정치부장
부끄러운 얘기다.

정치부 데스크를 맡고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최근 발간된 지면에 1면과 유사한 사진이 2면에 그대로 노출된 일 때문이다. 농협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투표장을 설치하는 사진이다. 같은 날 비슷한 사진 2장은 대구일보 입사이래 처음이다.

아침 문 앞에 놓여진 신문을 펼친 순간 아차하며 무릎을 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독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등 뒤를 찔렀다.

근데 아침 오후 데스크 회의시간에 지적받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날 외부에서 하루종일 누구하나 사진에 대해 얘기하는 이가 없었다.

한편으론 다행이라 안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섭섭함이 뇌리를 스쳤다.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가 이정도일까?하는 아쉬움은 그날 하루종일 계속됐다.

실수한 당사자는 발을 동동그리고 있는데 정작 이를 탓하는 이가 없는 데 대한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 또 다른 일이 빚어졌다.

정치부 데스크인 나를 제외한 사회경제부와 교육부 등 타 부서 데스크의 일상적 행동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최근 본지가 통합부서로 출범시킨 경제·사회부 데스크의 경우 기사 출고 인쇄지면시 사진을 뺀 이면지로 활용하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모습은 필자의 맘을 옥죄는 데 충분했다.

한번 할 일을 두번이나 수정하고 인쇄하는 타 데스크의 절약정신은 나에겐 작은 충격이었다.

하루동안 두 번의 반성. 당연한 일로 치부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다.

기사 생산도 소홀히 했고 회사 비품 아끼기. 모든 것은 필자의 잘못이고 관심부족. 나태함에서 비롯됐다.

독자들의 관심 부족과 나의 무관심은 한동안 집중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했다.

지역 정치권의 기사를 그토록 많이 다뤄왔지만 정작 정치 활동에 임하는 정치가들의 또 다른 이면엔 소홀한 것이 아닌가 되새겼다.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정치권의 활동들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도 되새김했다.

실제 지역 정치권에서 고군분투하는 국회의원들과 지방의원 선량들의 의정활동상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도하면서 그날그날 소위 땜방했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살얼음판 정치권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정치권 인사들의 바램은 똑같이 국민이자 지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이다.

정치가들은 관심을 먹고 산다.

모 달서구 당협위원장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지역구와 서울을 오가며 보도자료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내 인지도는 좀체 올라가지 않고 있다.

한 때 이부망천의 신조어로 전국망을 탄 모 의원도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도 이부망천 의원이라는 닉네임은 여전히 달고 있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구설에 오르지 않은 일부 의원들에 비해 고생(?)은 많지만 보람(?)도 없는 형국이다.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6년째 대구시를 이끌고 있지만 시민 10명 중 5~6명은 그의 이름을 선듯 말하지 못하는 것도 관심부족이다.

먹고살기 바쁜 대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정치권에 무관심 행보다.

내년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에 나설 선량들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참패를 당한 한국당의 지지율이 최근 탄핵정국 이전수준으로 회복되면서 대구·경북 한국당도 회생 분위기 일색이다.

총선 희망자들도 일제히 한국당으로 몰리고 있다.

친박 성향의 황교안 대표 체제로 친박 일색인 지역 한국당 의원들은 내년 총선 물갈이도 소폭이 될 것이라는데 기대를 거는 눈치다.

정치신인들이 발을 디딜 곳이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 때문에 나온다.

수년 전부터 지역구에 공을 들이는 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지역구민들은 그들의 활동에 전혀 무관심이다. 공천 직전에 등장하는 몇 개월짜리 공천자가 당선되는 현실에도 무감각이다.

내년 총선의 주인공은 공천자도 후보자도 아닌 지역민이자 국민들인 유권자들이다.

지역민들의 대변인을 꼼꼼히 지켜보고 능력과 검증의 단계를 거쳐 선택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특정 정당을 위해 지역정서에 올인해선 결코 지역 발전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대다수 유권자들이 되새겨 볼 때다.

지금도 늦지 않다 .

총선 이후 드러난 존재감 없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적에 손가락을 보이며 후회하는 유권자들이 나오지 않게 우리 모두 그들이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

관심을 통한 집중과 선택 나부터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이제서야 1일이 된다는 점이 한없이 부끄럽고 아쉽다.





이창재 기자 lc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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