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의 장점을 주목해야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중학생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급생 4명으로부터 전날에 이어 한 시간여 동안 집단 폭행을 당하던 중 일어난 사건이었다.

A군은 공교롭게도 다문화가정 아이였으며, 평소 A군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주 놀림을 받아왔고 집단 따돌림을 당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까지도 여전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학생들의 부적응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이었다.

다문화가정, 특히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 해결을 위한 이야기도 뒤따랐다. 지난 2012년 4만7천명 수준이었던 다문화가정 학생은 지난해 12만2천여 명으로 2.6배나 늘었다. 저출산으로 전체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은 가파르게 늘면서 전체 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에 이른다.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다문화가정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자”는 배려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더불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마주하는 가정과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도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다문화가정 부모들이 겪는 양육의 문제는 미취학 아동일 때와 다르게 취학아동의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부모님이 지원해 주어야 할 것들이 많다. 준비물 챙기기부터, 기초학습, 학교생활, 교우관계 등 예절이나 태도에 관한 기본적인 습관 및 규칙 등의 문제나 학교정보에 대한 자녀와의 의사소통 등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서 고충이 크다.

또한 결혼이민자 어머니의 잦은 하소연 중 상당수가 한국의 자녀학습관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현재 학년 수준보다 높은 선행학습이 되어있는 친구들과 비교되는 것을 보면서 부모님들의 걱정이 매우 높다.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대안학교로 옮기거나 아예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급증한다는 것이 일선 학교들의 전언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2세 중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2%가 넘으며 이는 일반 학생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학업 중단율은 이보다 훨씬 높아져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학업중단의 이유는 대부분 가정형편이나 언어·차별·따돌림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하면서 강점관점을 많이 이야기한다. 문제를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쉽사리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클라이언트를 독특한 존재로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클라이언트의 결점보다는 강점에 초점을 두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 클라이언트의 역량을 실현해 나가도록 돕자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문제 상황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가정만의 강점이 있으므로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다문화를 접하게 됨으로써 시야가 넓어지고 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매우 크게 성장한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글로벌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강점이 있으며 또한 이중 언어의 습득으로 다양한 나라의 중심 분야에 나아갈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와 아울러 대인간 인식과 이해의 폭이 널어질 확률이 많으므로 이를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키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학교별, 교육청별, 지역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어머니 나라 언어배우기, 이중언어 강사파견, 방문지도사 파견 등이 운영 중에 있다.

앞으로는 다문화 전담 상담교사가 상주하여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고자 준비 중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주변에서의 따뜻한 교류와 아울러 다문화 가정의 부부가 자녀교육 및 양육에 대한 뜻을 함께해 노력해야 한다.

다문화가정의 장점을 깊이 바라보면서 더 많은 주위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따뜻한 사회적 포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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