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박찬일 지음/모비딕북스/360쪽/1만8천 원

오사카는 맛집의 천국이다. 오사카에는 ‘먹다 망하고’, ‘마시다 쓰러진다’는 말이 있다. 도시 전체가 마시고 먹는다.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 책은 20여 년 간 오사카를 찾은 저자가 들른 700~800여 곳의 술집, 밥집, 라멘집, 디저트집 중 간추린 107곳을 정갈한 글과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오카사의 대표적인 술집인 다치노미야(선술집)를 비롯해 야키니쿠야(고기구이집), 이자카야, 카쿠우치, 고료리야, 바, 스낫쿠, 라멘, 우동, 소바, 스시 등 다양한 밥집과 미식의 스폿들을 다루고 있다.

애주가인 저자는 술꾼들의 천국인 오사카에 더욱 끌렸다. 무려 아침 8시부터 술집에 줄을 서는 사람들(126페이지, ‘논키야'), 평일 대낮에 양복 입고 혼술하는 노신사들(130페이지, ’메이지야’), 늦은 오후부터 모여 싸구려 소주를 서서 마시는 사람들(72페이지, ‘하나노쇼텐’), 매일밤 힙한 바에서 술 파도타기를 하는 청춘들(180페이지). 이 오사카의 애주가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왜 시도때도 없이 마실까? 저자는 그 답을 찾고 싶었다고.

요리사 인맥도 활용하고, 추천도 받았다. 일본 현지의 네트워크도 동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과연 그 가게가 정말 거기에 있을까?’ 결국 저자는 자신의 발과 눈으로 입으로 확인하는 것만이 의문을 풀 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200여 곳의 일본 술집과 밥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책에 실린 식당의 60%에 불과하다. 저자가 술집과 밥집을 평가한 기준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은 공정하고 평균적인 기준을 경원했다. 술꾼의 시선으로 보고자 했다. 그 프리즘 안에 들어 있는 집들을 실었다. 물론 술도 음식도 맛있고 싸다. 술집다운 마성이 있는 집이 많다. 문을 열고 나오면 사라지는, 상상의 공간 같은 집들을 고르고자 했다. 정말 그런지, 여러분이 평가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저자는 15년 경력의 경험과 지식을 충분히 살렸다. 일본 식재료에 대한 이해, 일본 음식의 변천사, 미식의 각축장인 일본 식문화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식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사라져가는 술꾼들을 찾는 심정으로, 배고픈 나그네의 심정으로 술집과 밥집을 고르고 평가했고, 비싸고 잘 나가는 집보다는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맛있고 저렴한 집들을 고르고 골라 담아냈다. 더불어 일본 술의 계보를 그리고 안주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안성맞춤인 술을 추천해 오사카에서 술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식당 107곳의 실용적인 정보(음식점 이름/박찬일 코멘터리/별점/추천 메뉴/주소/교통편/전화번호/영업시간과 휴업일/결제 방법/흡연 여부)를 한 손에 쏙 넣을 수 있는 인덱스 북을 통해 오사카 여행에도 도움을 준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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