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의 원인이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20일 나왔다. 이로써 그동안 제기됐던 ‘자연 발생’과 ‘유발 지진’이라는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정부는 수천억 원대의 천문학적인 피해보상을 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지열발전이 지진의 주원인으로 드러남에 따라 발단이 된 지열발전소는 폐쇄가 불가피해졌다. 겨우 발을 뗀 국내 지열발전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오전 포항지진과 지열 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조사연구단의 해외조사위원회는 이날 “포항지진은 지층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면서 지층 속 토양이 대거 유실돼 촉발됐다”고 밝히고 “그간 지열발전에 의한 다섯 번의 지층 자극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지열발전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국내조사단과 외국 학자로 구성된 해외조사위원회로 꾸린 조사단은 지난해 3월 발족, 1년간 지진 원인을 조사해왔다.

포항지진은 그동안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 지진’이라는 의견과, ‘자연 발생’ 의견이 맞서 논란을 빚어왔다. 그것이 이번에 ‘유발’이라는 표현이 ‘촉발’로 바뀌긴 했지만 주원인임을 명확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 기업에 의뢰, ‘지열 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이것이 지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지열발전은 지하 4㎞ 이상 깊이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 한쪽으로 물을 주입해 뜨거운 지열로 데우고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를 다른 쪽 구멍으로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포항 지열발전은 땅속 열을 활용하기 위해 초고압의 물을 무리하게 집어넣다가 불안한 지층을 건드려 지진을 촉발한 것이다.

지열발전이 원인으로 결론 나면서 포항 시민들이 낸 소송도 탄력을 받게 됐다. 포항 시민들은 국가와 지열발전소에 위자료 소송과 함께 지열발전소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피해는 컸다. 62명이 부상했고, 이재민 1천219명이 발생했다. 532곳의 공공시설에서 557억 원의 피해를 냈다. 사유시설도 426만61건, 1천87억 원의 피해를 보았다. 포항시는 자체 조사를 통해 시설피해 5만5095건 등 직·간접 피해액이 3천323억 원으로 집계했다. 시민들은 지진 공포와 트라우마를 겪었고 포항은 이후 지역 경기 침체와 부동산값 하락 등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정부와 경북도, 포항시는 해당 지열발전소를 즉각 폐쇄하고 지진 피해 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지진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를 재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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