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많은 포항시민이 분노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허탈함과 안도감을 느끼는 등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정부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많은 시민은 “우리가 실험 대상이냐”며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렸다.



포항지진은 역대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지진으로, 시설물 피해 총 2만7천317건에 직접 피해액은 550억 원이 넘는다.



2천명이 넘는 이재민이 공공 임대주택이나 컨테이너 임시 이주 단지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흥해체육관 대피소에 마련된 텐트에도 현재 3~40명이 머물고 있다.



김세동(55·북구 장성동)씨는 “두 차례 강도가 센 포항지진을 고층 아파트에서 다 겪었다”면서 “일상생활 중 흔들림은 물론 ‘쿵’ 소리만 나도 가슴이 울렁거리며 다리에 힘이 풀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마 했는데 지진 발생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고 하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양윤석(45·북구 양덕동)씨는 “아내가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려 이사를 하려고 사는 아파트를 5천만 원 이상 싸게 내놓았는데도 문의가 전혀 없다”면서 “인근 아파트는 1억 원 가까이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양만재 포항지진 시민대표자문위원은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 외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정신적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부조사단의 결론에 안도하는 시민도 상당수다.

주부 윤은희(41·북구 양덕동)씨는 “언제 다시 지진이 일어날지 몰라 이사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해 왔다”며 “지진 원인이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소로 결론이 나서 다소 마음이 진정된다”고 말했다.



김현준(71·북구 우현동)씨는 “강한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명절에 손주들이 찾아와도 기쁨보다 불안함을 더 느꼈다”며 “이번 정부 발표로 더이상 포항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내림세를 보이는 집값도 다시 상승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많은 이재민도 정부 보상을 기대하며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포항 한미장관맨션 지진대책위 김홍제 공동대표는 “학술적 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진실이 밝혀져 환영한다”고 말했다.



포항 대동빌라 재건축추진위 김대명 위원장은 “지진으로 겪고 있는 피해를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정부 발표에 따라 보상을 요구할 길이 열려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한편 지역 정치권은 지열발전소를 건립하고 운영한 데 따른 정부와 관련 기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은 “포항이 지진 도시가 아니고 안전한 도시란 점에서 시민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해도 될 것 같다”면서도 “정부 조사와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로 지진 유발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정부는 배상과 복구 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허대만 포항시남구울릉군지역위원장은 “이번 조사와 별도로 지열발전 사업에 관여한 기관의 법적 책임도 규명해야 한다”며 “물주입 이후 규모 3.0이 넘는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추가 물주입이 이뤄진 과정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포항시가 지진 이재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흥해읍 약성리 일원에 컨테이너 33동으로 조성한 임시주거시설 ‘희망보금자리’ 현장.
▲ 포항시가 지진 이재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흥해읍 약성리 일원에 컨테이너 33동으로 조성한 임시주거시설 ‘희망보금자리’ 현장.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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