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너무 많이 드셨어요

발행일 2019-03-26 16:06:0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어머니, 너무 많이 드셨어요

이동원

리즈성형외과 원장

매스컴에는 수많은 건강 정보들로 넘쳐난다.

특히 요즘 시작되는 일부 종편방송들은 아예 건강에 관한 광고, 유익한 건강식품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심지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나 새터민들까지도 고향의 건강비법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한국인들만큼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병원을 찾아와서 수술을 상담하는 환자들을 보아도 대부분 조금 더 건강해지기 위해 한두 가지의 건강보조식품들을 먹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년의 아주머니 두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처진 눈꺼풀 때문에 겨우내 눈 주위 피부가 짓물러서 고생하다가 더 심해지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찾아온 것이다.

봄이 되면서 눈꺼풀 속으로 땀이 흘러 들어가면서 눈이 따갑다고 하신다.

평소에 다니던 안과에서도 눈에 탈이 날 지경이 되었으니, 이제는 수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결심을 하고 찾아오셨다고 한다.

눈 상태를 같이 확인하고, 수술 후 조금 더 자연스러운 눈 모양이 될 수 있도록 눈꺼풀을 당겨 올리는 수술과 함께 눈썹도 들어 올려주기로 했다.

수술 일자를 잡기 위해 스케줄을 볼 때면, 반드시 물어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혹시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서 먹고 있는 약이 있는지, 수술한 경력이 있는지, 그리고 건강을 위해 먹고 있는 약이나 영양제, 건강보조식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한 사람은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원하는 날짜에 맞추어 수술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함께 방문한 다른 환자에서 문제가 생겼다.

작은 키에 통통한 체격을 가진 어머니는 고혈압에 고지혈증이 겹쳐서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함께 먹고 있다고 하신다.

이런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해서인지, 외지에 독립해서 나가 있는 자녀들이 보내주는 건강보조식품과 여러 가지 영양제를 함께 먹고 있다고 하셨다.

‘한번 말씀해 보세요.’라고 하자, 자녀 자랑을 늘어놓으시면서 한 가지씩 말씀하시는데, 이건 아들이 보내준 것, 저건 딸이 보내준 것이라고 하신다.

인삼과 홍삼, 여기에 외국에 거주하는 친척이 보내준 종합비타민. 오메가3, 노니 여기에다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서 몇 가지 영양제를 따로 챙겨서 먹고 있다고 하신다.

너무 많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자신도 종류가 많아서 하루하루 교대로 먹고 있는 것도 있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이것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하신다.

혹시 이것 드시고 나서 멍이 잘 들지 않는지 물어보니, 그렇지 않아도 어디 조금만 부딪쳐도 시커멓게 멍이 잘 들어서 애를 먹는다고 걱정하는 모습이다.

건강을 생각해서 이것저것 챙겨서 먹은 것 때문에 오히려 탈이 난 것이다.

혈액순환에 민감한 약물과 식품을 너무 많이 복용하면서 이러한 성분들이 몸속에 지나치게 쌓이면서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약과 영양제만 다 드셔도 배가 불러 식사도 못 하실 것 같네요. 이것 때문에 몸이 탈이 난 것 같습니다. 수술 역시 한두 주 미루어야 할 상황인데. 이번 기회에 영양제 없이 생활해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라고 이야기하고 2주 뒤로 수술 예약을 잡아 주었다. 물론 필수적인 혈압약 이외에는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2주 뒤. 지혈이 잘되지 않아서 멍이 조금 더 들기는 했지만, 수술은 예정대로 문제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1주 뒤 실밥을 다 뽑던 날, 자연스럽게 눈 모양이 만들어졌고, 눈꺼풀도 이제는 더 이상 눈을 괴롭히지 않게 되어 환자 역시 결과에 만족해 했다.

두 환자 모두 이제는 눈이 많이 편안해졌다고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실밥을 뽑고 나서 어머니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약을 먹어왔는데, 정작 2주 정도 끊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많은 약들을 중단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기곤 했는데, 실제로는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는 적어도 매일 한두 개의 영양제, 건강보조식품들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조금이나마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 피곤하고 지친 일상을 사는 자신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이 일상 속의 생활패턴을 개선하고 조금 더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사습관과 적당한 운동이 필요한 것인데, 이런 기본적인 것은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에 의지하는 것이다.

광고나 입소문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도 문제다. 기본으로 되돌아가서 적절한 생활습관과 식사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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