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대책본부 “유발지진 가능성 알고도 물 주입 지속”

포항지진 피해자들이 지열발전소를 관리하는 주무 부처 책임자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열발전을 주도했던 업체 대표들을 형사 고소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지난달 29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상해 혐의로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넥스지오는 포항지열발전 사업 컨소시엄을 주관한 업체며, 포항 지열발전은 넥스지오의 자회사다.

범대본은 고소 대상 전직 산업부 장관은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범대본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피고소인들은 포항시민의 안전을 무시한 채 2017년 8월부터 또다시 물 주입을 실행하다가 결국 포항지진을 발생시킨 장본인”이라며 처벌을 촉구했다.

범대본은 “이들은 지열발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유발 지진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전문가”라며 “지열발전 물 주입 과정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미소지진을 계측하고 그것이 대규모 지진의 전조 현상임을 알고 있었다”며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살인 혐의로 고소한 배경에 대해서는 “진앙지 인접 지역 70대 노인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벽돌에 머리를 다친 뒤 입원 중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며 “포항지진 1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가이즈’ 지열발전소 유발지진(규모 5.0)을 통해 지열발전 물주입이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2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범대본은 발전소 입지 선정 당시 활성단층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소지진 발생 후 관계기관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의혹도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당시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컨소시엄 기관으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 있다.

범대본은 앞서 지난해 지진 피해자들을 모아 정부와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에는 최근까지 약 1천300명이 참여했다.

한편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근처 지열발전소 때문에 촉발됐다는 조사결과를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