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서 전통의 맛과 멋을 느껴보자

황태진 북부본부장

여중군자 장계향선생의 정신과 업적을 교육하고 공유하며 조선시대 전통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이 개원 1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영양군은 지난해 4월10일 석보면 원리리에 총 239억 원을 들여 7년간의 공사 끝에 부지 3만3천719㎡, 건축연면적 4천438여㎡에 체험휴양추모공간을 조성했다.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은 나이 일흔 무렵에 눈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정부인 장씨가 자손들을 위해 애써 음식하는 법을 정리해 남긴 ‘음식디미방’의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음식디미방’이라고도 하고 ‘규곤시의방’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로 기록된 요리서이자 아시아에서 여성에 의해 쓰여진 가장 오래된 조리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1600년대 경상도 지방의 가정에서 실제 만들던 음식의 조리법과 저장 발효식품, 식품 보관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식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고유화 된 트렌드로 자리 잡아 한류의 거센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고찰은 현재뿐만 아니라 이전 조상들이 즐겨 먹던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류의 원동력은 차별성을 곁들인 문화로의 재탄생이다.

하지만 재탄생된 문화에도 그 원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알아보고 널리 쓸 때만이 비로소 진정한 우리 것이 된다.

새로운 전통이 될 수 있는 맛과 멋을 확고히 세우는 것이 우리만의 정서를 경험하고 담아낼 수 있는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은 책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음식의 이미지와 관념을 구체화하고 체험으로 느끼며 오감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어쩌면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붐을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초월한 조선시대의 음식문화를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매개체인 것이다.

영양을 방문하는 내·외국인들이 영양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교육원에서 장계향 선생의 음식문화와 사상을 체험한다면 한류에 대한 느낌은 더욱 인상 깊게 남지 않을까.

영양군은 음식디미방 음식을 재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디미방’이라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 음식 예법, 시대정신 등 총체적인 하나의 문화로 접근하고 있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가 있어야 존재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여중군자 장계향(1598~1680)은 선조 31년 경북 안동 금계리에서 태어나 숙종 6년 83세를 일기로 경북 영양 석보에서 타계했다.

만년에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이 대학자이자 국지적 지도자에게만 부여하는 산림으로 불림을 받아서 이조판서를 지냈으므로 법전에 따라 정부인의 품계가 내려졌다.

오늘날과 같이 전쟁의 혼란과 사회적 격변을 겪음으로써 어른이 존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여성이면서도 스스로 어른으로 대접받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가르쳐준 대표적 여성상이다.

갈암 이현일 선생은 “내가 노둔하고 우매하여 지극한 가르침을 따라 실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평소 야비한 말과 버릇없이 구는 말을 내 입에 올려 말하거나 남에게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실로 어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금지하고 경계한 탓이다”이라고 ‘정부인 안동 장씨 실기’에서 그 고마움을 회고했다.

정부인 장씨를 17세기 이후 조선인들은 맹자)나 정자의 어머니와 같은 현명한 분이라고 칭송했다.

350여년이 지난 오늘, 그녀가 묻고 있다.

당신은 평생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다간 그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연 어떻게 살것인가’를 생각케 하는 스승이자,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가르쳐 준 큰 인물이다.

개원 1주년을 맞은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에 지난 1년간 1만 명이 넘는 체험객이 다녀갔다.

교육원은 이 같은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장계향선생의 삶과 정신, 음식디미방의 가치와 우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세계적인 전통문화체험 관광지로 발돋움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중군자 장계향선생의 발자취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줘 체험객 100만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황태진 기자 tjhwa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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