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

차가운 얼음이 녹아내리고 화사한 꽃들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다. 하지만 불청객 황사가 덮치면 봄은 순식간에 악몽의 계절로 바뀐다.

황사의 옛 이름은 ‘토우(土雨)’로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과학적 표현이다. 꽃이 비처럼 떨어지면 ‘꽃비’라고 하듯이 흙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우리말로 ‘흙비’라 불렀으며 황사라는 용어는 1915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노란 모래’ 뜻의 황사란 용어보다 ‘아시아 먼지’로 잘 알려져 있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와 황하 중류의 황토지대에 있는 다량의 모래먼지가 인근을 지나는 저기압의 강한 바람과 함께 상층으로 날려 올라가 발생한다. 이렇게 올라간 모래먼지는 상공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이동하여 공중에 떠다니거나 서서히 낙하하게 된다. 황사는 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황사 발원지에서 겨우내 얼었던 메마른 토양이 녹으면서 잘게 부서진 작은 모래먼지가 강한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멀리 이동해 오기 때문이다.

실제 2000~2018년 대구지역 월별 황사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총 발생일수는 136일로 그 중 봄철인 3~5월에 110일 관측되어 전체 발생일의 80%를 차지하였고, 그중에서도 3월이 48일로 가장 많았다.

황사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라 아달라왕 21년(서기 174년)에 ‘雨土(우토)’라는 기록이 처음으로 나오며, 삼국시대뿐 아니라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그 기록은 다양하게 남아있다. 다른 기상현상에 관한 기록 중에서도 유난히 황사에 관한 기록이 정확하고 꼼꼼한 이유는 황사를 잘못된 정사에 대한 하늘의 응징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봄의 불청객으로 황사보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더 크게 대두되고 있다. 기존에 우리나라 봄철 날씨의 특성을 대표하는 표현이 삼한사온이었다면, 최근에는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의미의 ‘삼한사미’ 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황사가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로부터 날아오는 흙먼지인 반면에, 미세먼지는 각종 인위적 배출가스 또는 화학연료로부터 발생한다.

때문에 자연적 기상 재해를 담당하는 기상청에서 황사를 담당하고, 미세먼지는 환경부에서 담당하여 소관부처가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발 미세먼지 공격이 일시적인 불편을 넘어 국가적인 재해로 발전함에 따라 지난 2014년부터 기상청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황사‧미세먼지 통합예보실을 발족하여 서로 협력하고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다르다. 황사는 발원지에서 이동해오면서 중금속 등이 포함될 수는 있지만, 주로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자연기원 물질들이 많이 들어있어 미세먼지와 비교하면 유해성이 덜하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경우에는 자동차 운행, 공장에서의 화석연료 사용 등에 따라 발생한 인위적 입자로 황사보다 입자 크기가 훨씬 작다. 또한 황사에 비해 황산염, 질산염,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훨씬 많이 포함하고 있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황사보다 훨씬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첨단 황사관측장비를 국내 및 중국 황사발원지와 경유지에도 설치하고 중국기상국의 관측 자료도 실시간으로 입수하여 황사 감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환경부 및 기상청,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전국의 관측시설 등을 이용해 실시간 감시체계를 운영 중에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의 대기 질을 흐리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봄철 불청객이 찾아왔고 앞으로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무쪼록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황사 정보와 환경부 및 지자체별로 발표하는 미세먼지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여 아름다운 봄날을 보다 건강하게 즐기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