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체육회가 대규모 대회를 앞두고 미세먼지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1일 열린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모습.
▲ 대구·경북 체육회가 대규모 대회를 앞두고 미세먼지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1일 열린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모습.
“요즘처럼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씨가 제일 좋죠. 그게 아니라면 숨 막히는 미세먼지 ‘나쁨’보단 보슬비가 내리는 게 낫겠네요.”

오는 7일 열리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준비하는 대구시체육회 관계자의 작은 바람(?)이다.

미세먼지가 일상을 바꾼 데 이어 대규모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체육회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각종 대회를 앞두고 체육회의 최대 적이 ‘비’였다면 최근에는 ‘미세먼지’로 바뀌는 추세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발 스모그의 유입 예측이 불가능해 일정을 맞추기도 어렵다. 미세먼지 예보는 보통 2~3일 전에 나온다.

문제는 야외활동으로 이뤄지는 체육대회 특성상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생 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나쁨’이라고 해서 큰 국제대회를 갑자기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구시체육회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앞두고 미세먼지 관련 대책 회의를 수차례 진행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하지만 ‘마라톤 코스에 대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하자’는 등과 같은 실현 불가능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괜찮은(?) 대책이 마라톤 참가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을 ‘권고’하는 것이다.

대구시체육회 한 간부는 “미세먼지 대책 관련해 황당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탁상행정이 아니라 그만큼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나”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대구시체육회의 사정은 이웃 동네인 경산시와 경북도체육회도 마찬가지다.

경산시와 경북도체육회는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경산시에서 제57회 경북도민체육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기간 육상, 테니스, 정구, 축구, 사격, 골프 등의 종목이 야외에서 진행된다.

경북도체육회 관계자는 “도민체전이 열리면 그 기간 개최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미세먼지가 오랜 시간 공들이고 준비한 체전을 망칠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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