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56)씨가 문화재청의 상주본 강제집행을 막고자 제기한 항소심에서 또 패소했다.

대구고법 제2민사부(박연욱 부장판사)는 4일 배씨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청구이의 소송은 기존 집행권원(이 소송에서는 국가)에 의한 강제집행을 허용하지 말라달라고 법원에 내는 소송이다.

배씨는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문화재청)가 2017년 ‘상주본을 넘겨주지 않으면 반환소송과 함께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하자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

1심 재판부는 형사판결에서 상주본을 훔친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을 내세워 상주본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배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았던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합의부는 “무죄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배씨 청구를 기각했다.

또 “원고는 국가 소유권을 인정한 민사판결 이전에 상주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지만 청구이의의 소는 판결 이후에 생긴 것만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배씨는 2008년 7월26일 골동품 판매상 조모씨의 가게에서 30만 원을 주고 고서적 2상자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훔친 혐의로 2011년 9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이 2014년 5월29일 배씨에게 무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와는 별도로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2010년 6월25일 배씨가 훔친 상주본을 조씨에게 인도하라는 민사판결을 내렸고, 2010년 12월과 2011년 5월 대구고법과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2년 5월3일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듬해 12월26일 지병으로 숨졌다.

이에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배씨에게서 회수하기 위해 민사판결 집행문 부여신청을 했고 법원은 2016년 12월14일 집행문부여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배씨는 형사판결에서 상주본을 훔친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상주본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으므로 민사판결의 집행력은 배제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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