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하나 뿐인 결혼이주여성 간호사

▲ 김소영(호티후엉·37)씨가 허리가 아파 입원한 노인 환자를 돌보고 있다. 소영씨는 경북 전체에서 하나 뿐인 결혼이주여성 간호사다.
▲ 김소영(호티후엉·37)씨가 허리가 아파 입원한 노인 환자를 돌보고 있다. 소영씨는 경북 전체에서 하나 뿐인 결혼이주여성 간호사다.
“처음 본 환자들은 ‘어디에서 왔어요’라고 묻곤 해요. 치료를 잘할 수 있는지 못 미더워 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크게 걱정하진 않아요. 결국에는 진심이 통하니까요.”

김소영(호티후엉·37)씨는 구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첫 번째 결혼이주여성 간호사다. 지난해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구미 강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3개월, 정형외과에서 10개월, 이제는 제법 일이 손에 익었다.

소영씨는 “한국말이 아직 서툰 편이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결혼이주여성이 간호사를 한다니까 인상적으로 봐서 그런지 오히려 저를 찾는 환자분들이 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소영씨는 베트남 동나이성 출신이다. 공부를 곧잘 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해 집안 살림을 도와야 했다. 그러다 지인 소개로 남편 이채익(49)씨를 만났다.

국적이 달라 자주 만날 수 없었지만 인터넷 채팅을 통해 1년간 만남을 이어왔다. “남편을 소개받을 때만 해도 한국으로 시집오게 될 줄은 몰랐다”던 소영씨는 자신을 만나면서 베트남어까지 공부한 남편의 정성에 감동해 결혼을 결심했다.

2007년 8월 결혼한 두 사람은 어느덧 세 아이의 부모가 됐다. 그리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소영씨는 남편에게 “간호사가 되겠다”는 뜻을 전했다.

어린 시절, 병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그녀에게 간호사는 오랜 꿈이었다. 소영씨는 “오랫동안 아프셨지만 아버지는 제대로 된 치료 조차 받지 못하셨다. 그런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앙금처럼 남아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간호대학에 다니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고 결국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우여골절 끝에 소영씨는 김천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소영씨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루에 2~3시간 자면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모르는 단어의 뜻은 인터넷에서 찾으며 밤을 꼬박 셌다. ‘간호사 국가고시’에 두 번째 떨어졌을 때는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소영씨 대신 아이들을 돌보며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했다.

소영씨는 지난해 2월 간호사 면허증을 받은 뒤 구미강동병원 정형외과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구미 뿐 아니라 경북 전체에서도 결혼이주여성 간호사는 소영씨 뿐이다.

소영씨는 “베트남에서 불가능했던 간호사의 꿈을 한국에서 이룰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믿고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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