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대구경북(TK) 패싱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역은 막막한 심정이다.

10여 년 전 열린우리당 노무현 정권 때도 TK 소외가 지금 만큼은 아니었다. 지역 출신들이 다수 입각하기도 했고, 청와대 핵심 참모로 활동하기도 했다. 권력 핵심부와 통하는 핫라인도 있었다.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다른 지역이 역차별을 받는다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당시에도 지역 발전을 위해 여당 국회의원 1명쯤은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불발에 그쳤다. 지역민들은 지역의 일당체제가 가져올 폐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 정서는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2016년 20대 총선 때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구시민은 수성갑 지역구에서 당시 야당(민주당)이던 김부겸을 뽑았다. 그의 정치력과 지역 정치의 다원성을 선택한 것이었다.

3월 초 개각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일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친정인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그는 2014년 6회 동시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해 낙선한 뒤 다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수성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경기 군포에서 16, 17, 18대 연이어 당선된 것을 포함하면 4선 의원이다.

--입각 때 박수친 것은 “내공 키워라” 주문

20대 국회 활동 1년 만인 2017년 6월 그는 문재인 정권 첫 행안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입각 때 우리가 박수친 것은 내공을 키워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그의 입각에는 본인의 자질, 능력과 함께 지역 균형인사라는 측면이 녹아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는 수성갑 국회의원 당선 이후 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입각으로 인해 그런 기대감은 일단 접어둔 상태다. 시간이 2년 가까이 흘렀다. 입각 이후 개인적으로는 ‘내공’을 쌓은 것으로 짐작되지만 지역의 발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장관이라는 자리가 국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위치인 만큼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대구 출마 때 본인이 약속한 것처럼 지역을 위해 뛰어야 한다.

장관 재직 시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들이 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많이 보고 경험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지역을 대변해 여권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대로 TK 소외가 지속되면 국민 대통합, 국가 균형발전 등 현 정부의 큰 그림은 모두 립서비스에 그치게 된다. 지역의 소외감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아웃사이더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가 전체로 봐도 엄청난 손실이다. 불만세력을 키우면서 가는 것만큼 어리석은 정치는 없다.

그는 대권의 꿈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대권의 꿈도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은 지역이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현 정부에 기댈 곳 하나 없는 지역을 위해 그가 나서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가 지역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선은 보수·진보를 떠나 그가 지역출신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국가 전체를 위해 일하기도 하지만 지역을 대표해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또 하나는 그가 지역이 선택한 진보성향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몸담아 있는 정당에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다. 그가 이 지역에 출마한 것은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아울러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현실정치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게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의 개각, 예타면제 사업 선정,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울산의 갈등, 원전관련 정책 등 주요 인사와 국책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TK 소외가 심각한 상황이라는데 지역민의 이견이 없다. 모두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을까 매일 걱정한다.

지역민들의 눈은 당으로 복귀한 지역출신 여당 4선의원 김부겸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당장 그가 2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지역 현안 해결에 올인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 총선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그의 응답을 지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