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주여성들의 꿈

한순희

수필가·전 경주시의원

우리나라는 2006년 결혼 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이주자 사회 통합 지원 대책을 시작으로 2008년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했다. 아울러 다문화 사회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대응을 위해 다문화 관련 업무들이 여성부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결혼 이주 여성을 받아들인 지는 어언 20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관련 대책 및 법이 늦게 이루어진 만큼,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로 차별받았던 세월이 긴 것을 알 수 있다. 정책 총괄기구 출범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이 반쪽 한국인이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특히 결혼이민자수는 전체 이민자의 10%를 차지하고 있어 이제는 단기적 접근보다 이민자 2·3세대를 염두에 둔 장기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이 적극 모색돼야 하며 다층적 교육과 시스템에 따른 폭넓은 교육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일환으로 결혼이주여성 중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에게 집중상담을 통한 방향제시와 대안교육이 필요하다.

일자리 제공이 급선무다. 이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교육받고 배운 기술들을 활용할 일자리를 찾는 것이 이들의 희망이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 좁다.

또 이주여성들은 자녀들이 자라면서 느끼는 대화부족현상과 남편에 대한 애정결핍,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생기는 고부갈등 등의 요인으로 괴로워한다. 그래서 자꾸만 이주여성들끼리 모여 그 안에서만 대화하려 하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 더 큰 이질감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적 토양에서 사치와 미용에만 치중하려 하는 이들만의 모습은 위험해 보인다. 이제 결혼 이주 여성 리더를 발굴해 초중등 과정을 배우게 하고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학금을 지원해 이주여성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면 좋다.

기술교육을 한 뒤에는 일대일 맞춤식 취업교육도 병행해 경제적 자립과 동시에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단순히 교육만 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시스템에서 현장중심 교육알선 시스템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주여성들이 선호하는 미용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어려운 이론시험에 합격을 하고도 몇 번의 실기시험을 낙방하면 포기를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한번 응시하는데 많은 돈이 지출되는 현실이 감당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취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각종 기술자격시험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게 하는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다문화 수용사회의 여러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

다문화 이주 여성들은 취업을 하고 싶어도 언어와 제도적 편견에서부터 육아와 가사노동까지 많은 부분에 자유롭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많은 취업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비슷할 수 있겠지만 이주여성들이 겪는 강도가 훨씬 심각하다.

결혼이주여성은 학교에 가보지 못한 여성이 대부분으로 겨우 글자를 깨우친 수준이다. 따라서 자녀 교육은 속수무책이다. 다양한 제도적 시스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이주 여성 자녀들의 사회적 차별 문제도 여전히 만연한 상태다. 이주민 여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다문화 동질 분위기가 형성되면 다문화 자녀들의 차별이나 왕따 등의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단일민족국가를 표방했던 우리나라가 글로벌 국제사회로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 인종이 어우러진 유럽이나 북미지역의 국가처럼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도권은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이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선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보듬어 끌어안아야 한다.

또한 다문화 자체를 사회적 약자로 보고 계층적 소외로 겪는 여러 문제들을 중·장기적 사회복지 시스템과 안전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존감을 느낄 때이다. 이주 여성들의 언어와 고유성을 존중해 줄 때 그들이 비로소 가족과 자녀, 그리고 이웃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행복지수도 높여나갈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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