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새빨간 비밀

발행일 2019-04-17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우리의 새빨간 비밀

잭파커 지음/시공사/288쪽/1만5천 원

생리는 여성과 떼 놓을 수 없는 단어이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어렵다. 생리대 광고에서는 피를 파란 액체로 대체하고, 생리 중에도 전혀 티 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여성을 내세운다. 편의점에 가면 직원이 생리대를 검은 봉지에 넣어주며, 우리는 생리통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어디 아프냐는 질문에 “몸이 좀 안 좋아서”라고 대답한다.

최초의 여성이 다리 사이에서 피를 흘린 이후, 생리는 끊임없이 불결하고 위험한 것으로 오해받았고 지금까지도 ‘부끄러운 것, 숨겨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돼 왔다. 생리를 입에 올리는 건 마치 금기처럼 여겨진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생리하는 여성을 생리 기간 내내 움막에 가둬둔다. 생리는 불결할 뿐만 아니라 남성들이나 가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문화마다 정도는 다르더라도 세상은 생리를 혐오한다.

그러니 당연히 제대로 된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생리를 쉬쉬하고 화장실에 가둬두는 동안,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자기 몸과 생리를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으로 여기며 성장했다. 초경을 앞둔 소녀들은 무방비 상태로 변화를 맞이하고, 각종 커뮤니티에는 도시전설처럼 잘못된 지식이 퍼져나간다. 놀랍게도 질이 어디에 있는지, 생리를 대체 왜 하는지, 생리대는 몇 시간에 한 번씩 갈아야 하는지, 탐폰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청소년들도 많다. 모두 우리가 생리를 드러내고 생리에 대해 ‘떠들지’ 않은 까닭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로, ‘생리의 열정’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생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생리를 세상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생리가 더 이상 금기도 비밀도 아니며, 우리 모두 생리를 향한 혐오와 선입견에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여성들이 생리와 자신의 몸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생리를 ‘치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생리는 나만의 것이며, 누군가가 대신 해주거나 딱 맞는 방법을 찾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저자는 생리에 대한 무수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준다. 생리통은 어디까지가 정상인지, 생리 중에 임신 가능성이 있는지, 생리용품은 어떤 걸 골라야 하는지, 생리 중에 성관계를 가져도 되는지 등 어디에도 물어보지 못했고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던 것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생리하는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남성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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